2006년 이후 잠시 절판됐다 새롭게 복간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뭉클한 위로 선사
■ 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야크 드레이선 지음. 주니어RHK 펴냄. 32쪽. 1만4천원

엄마도 나도 기억 못하는 우리 할머니. 할머니의 기억 속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노래 하나. “호산나 요한나, 초원의 요한나. 우리가 함께면 얼마나 좋겠니.”
할머니가 사는 곳은 치매라는 닫힌 세상이다. 할머니의 기억은 조각조각나 있다. 엄마의 입맞춤도, 부축하려는 손길도 외면하고 깍듯한 존댓말로 거리를 둔다. 손녀인 페트라 또한 알아보지 못한다.
이 책은 치매라는 닫힌 세상, 그 속에 따뜻하게 스며든 가족의 사랑을 그려냈다. 딸과 손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 이를 받아들이며 조심스레 다가가는 가족의 가슴 아픈 현실을 담담하고 절제된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치매로 기억을 잃는다는 것, 치매 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언제든 예고없이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이에 작품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6년 국내에서 선보였다가 잠시 절판됐던 책이 이번에 새롭게 복간됐다는 소식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어린이책 작가인 헤르만 데 그라프는 이 책에 대해 “하나의 행동, 말 또는 노래가 기억을 불러일으켜 치매에 걸린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며 “분위기있는 그림과 텍스트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그림책”이라고 평했다.
책이 선사하는 뭉클한 위로는 독자들에게 큰 여운을 남길 것이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