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업체 한 곳 하루 5번 ‘산분장’

3.5~5㎞ 바다 부표… 장소로 표시

헌주·헌화 후 추모의 시간 가져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현대유람선 추모 배에 오른 성묘객이 부표를 향해 헌화하고 있다. 2025.1.30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현대유람선 추모 배에 오른 성묘객이 부표를 향해 헌화하고 있다. 2025.1.30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10시. 인천 중구 연안부두 해양광장에는 흰 국화 한 송이씩 손에 든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명절을 맞아 인천 앞바다에 가족을 만나러 온 성묘객들이었다. 전망대 2층 카페에서도 거의 모든 손님 탁자 위에 국화꽃이나 소주병 등이 놓여 있었다.

인천 앞바다에서는 1995년부터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이 이어지고 있다. 바다에서 산분하며 장례를 치른다고 해 ‘해양장’(海洋葬)이라고도 부른다. 인천 해양장 업체 중 한 곳인 (주)현대유람선은 하루 평균 5차례 내외로 해양장을 치른다. 장례가 아예 없는 날도 있고, 많은 날은 8번 정도 배가 뜬다고 했다.

배를 타고 3.5~5㎞를 나가면 바다에 부표가 보이는데, 이 중 19·21·23번 부표가 현대유람선을 통해 해양장을 지낸 지점이라는 표시다. 성묘객들은 바다에 가족의 골분을 뿌린 곳을 부표 번호로 기억하고 있었다. 각 부표에 다다르면 성묘객들은 일반 제사와 마찬가지로 헌주(獻酒)와 헌화(獻花)를 하고, 배는 추모의 시간을 위해 부표 주위를 한 바퀴 돈다.

배가 부표에 머무는 동안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고, 아기를 안고 손을 흔드는 부부도 보였다. 어느 가족은 부표가 보이게 사진을 찍기도 했다. 술과 생화를 바다에 뿌리는 것은 괜찮지만, 술병이나 고인을 위해 준비해 온 물건을 던지는 것은 환경오염 문제로 금지다. 세 개의 부표를 모두 돈 뒤 배가 항구에 돌아오기까지는 딱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앞으로 이러한 모습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24일 산분장을 합법화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양장은 법에 명시되지 않아 합법도 불법도 아니었는데, 이제부터는 환경관리해역·해양보호구역 등을 제외하고 육지에서 5㎞ 이상 떨어진 해양에서는 산분이 가능하다.

이날 어머니를 추모하고자 배에 오른 김인애(33)씨도 시행령 개정을 반겼다. 해양장이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 만큼 지금보다 활성화하면, 어머니에게 갈 배도 더 자주 운행할 거란 생각에서다. 김 씨는 2017년 어머니를 이곳에 모셨다.

김씨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바다에 대한 노래를 자주 부르셨는데, 정작 바다는 많이 못 와보셨다. 그 생각이 나서 해양장을 선택했다”고 했다. 시행령 개정에 대해선 “매년 이곳에 오는데, 추모 시간이나 날짜가 딱 정해져 있어서 일정이 어긋나면 오기 힘들었다”며 “이제 해양장이 더 많아지면 언제든 편하게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번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현대유람선이 운항하는 추모 배에 오른 성묘객은 3천여 명이다. 지난 27~28일 악천후로 배 운항이 취소됐음에도 많은 이들이 성묘를 다녀갔다.

현대유람선 김동하 이사는 “해양장은 다른 장례 방식에 비해 비용이 10분의1 정도라 누구든 고인을 어렵지 않게 모실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장례를 치른 이들만 9만명 이상”이라며 “최근 산소나 납골당 모두 포화상태인데,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바다에 고인을 모시는 장례 문화가 확산하면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