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만에 ‘개발 가시화’ 남은 과제는

 

2007년 첫 언급 후 계획만 여러차례

기대감에… 일부 사업등록증 말소

보상 위해 필요한 ‘영업 입증’ 난항

iH “공공요금 납부 등 다방면 검토”

인천시 동구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이  동인천역 일대의 개발로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0일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닫고 있다./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인천시 동구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이 동인천역 일대의 개발로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0일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닫고 있다./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으로 인파가 몰린 동인천역 일대. 이제는 인천의 대표 구도심이 된 동인천역 인근에는 화려한 역사를 뒤로한 채 상인들과 함께 나이를 먹은 양키시장(송현자유시장)이 있다.

양키시장은 2007년 재난위험시설물 D등급을 받을 정도로 시설이 낙후된 상태다. 동인천역 일원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인천시와 iH(인천도시공사)는 안전 문제를 우려해 전체 개발 대상지 중 양키시장 일대에 대한 ‘우선 보상’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4일 ‘동인천역 일원 도시개발사업 보상계획 및 열람 공고’를 통해 공식 안내됐다.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양키시장 일대 개발이 가시화한 것이다.

1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 앞에서 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2025.1.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 앞에서 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2025.1.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18년 만에 현실화하나…동인천역 개발 추진 역사

동인천역 일대 개발계획이 처음 언급된 건 2007년이다. 인천시는 동인천역 북광장 주변 29만여㎡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처음 지정한 이후 공영 개발 형식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조성을 추진했지만, 사업성 확보에 실패하며 개발사업은 10년 넘게 표류했다. → 일지 참조

2019년에는 인천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손을 잡고 ‘동인천역 2030 역전 프로젝트’를 추진해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2021년 북광장을 축소하고 행복주택을 짓는 구상에 대해 동구의회가 반대하고 나섰고, 양키시장 일부 상인은 보상 계획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크게 반발했다. 동인천역 2030 역전 프로젝트 역시 무산됐다.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은 취임 이후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에 수립된 개발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공영 개발 방식으로 동인천역 일대를 살리겠다며 iH와 2023년 12월 ‘동인천역 일원 복합개발사업 추진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iH는 인천시로부터 동인천역 일대 보상 업무를 수탁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양키시장 일대 기본조사(토지·물건조사)를 진행했다. 오는 3월 양키시장 일대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4월 손실보상 협의를 마친 후 6월 건물 철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동구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이  동인천역 일대의 개발로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0일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닫고 있다./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인천시 동구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이 동인천역 일대의 개발로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0일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닫고 있다./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 양키시장 첫 물건조사…법 테두리 밖 상인 난제

양키시장은 하나의 주식회사 형태로 구성돼 있다. 시장 법인 (주)중앙상사 소속 상인, 개인 토지소유자 22명 등이 보상을 받게 된다. 양키시장 2층 일부 주거지에는 현재 2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H는 이들에게 임대주택 이주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중앙상사 외에도 양키시장에서 실질적 영업을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영업 보상’도 이뤄질 전망이다. 물건조사 결과 영업자는 110명으로 확인됐다.

토지보상법에 의하면 영업 보상은 크게 ‘휴업 보상’과 ‘이전비 보상’으로 나뉜다. 휴업 보상은 영업이익 4개월 치를, 이전비 보상은 시설물 이전 비용을 지급한다. 영업 보상은 사업자 등록 여부와는 별개로 해당 장소에서 실제로 영업 행위를 했는지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영업 사실 입증이다. 양키시장 상인 중 적지 않은 이가 2007년 이후 개발 기대감과 세금 부담 등을 이유로 사업자 등록증을 말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휴업 보상을 받으려면 언제부터 영업을 했는지 입증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쉽지 않다는 게 중앙상사와 iH의 설명이다.

양키시장 임원 등으로 구성된 중앙상사 신광철 대표에 따르면 사업자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인 대부분은 최근까지 40년 이상 시장에서 영업을 해 온 생계형 소상공인이다. 신 대표는 “연로하신 분들이라 스스로 (영업 사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며 “법적 기준만으로 영업 보상이 이뤄진다면 이분들은 대책이 없다”고 했다. 이어 “2007년 이후 양키시장을 재정비촉진지구로 묶어 놓아 그대로 낙후의 길을 걷게 한 (인천시의) 책임도 있다”며 “이들에 대한 생활 대책 마련과 적합한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iH 관계자는 “공공요금 납부 여부, 임대차 계약 유지 사항 등 증빙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다방면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상인들이 입증 노력만 해주신다면 영업 보상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또 “최선의 생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