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도시’ 벗고 ‘걷기좋은 도시’로
추동공원, 2030년까지 73만㎡ 숲정원 조성
올해안 정상엔 개방형 전망대 360도 조망
연간 수만명 이용 북부 생태 랜드마크로
27.94㎞ 하천 인근 쉼터·황톳길 등 확충
불필요한 도로표지판·시설물 미관 개선
보행자·운전자 불편주는 볼라드도 정비
30분 걷기, 만보 걷기, 맨발 걷기….
건강과 웰빙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주목받는 활동 중 하나가 ‘걷기’다. 그런데 이 걷기를 단순히 운동의 한 종류를 넘어 도시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현상으로 시야를 넓히면 신기한 일이 생긴다. 자동차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다보니 거리의 활력이 살아나고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함께 건강해진다. 사람과 사람이 걷다가 눈을 마주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웃이 되고 삭막한 도시에 정이 흐른다. 이런 이유로 의정부시는 일상 속에서 쉽게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걷기라는 활동을 시정목표에 녹여냈다.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깨고 숲과 하천이 감싼 ‘걷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려는 의정부시의 전략을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 집 나서면 15분만에 만나는 자연
의정부시가 걷기 좋은 도시를 표방할 수 있는 배경에는 산과 하천을 모두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원도봉산·수락산·천보산·부용산·사패산·홍복산 등으로 둘러싸이고 중랑천·부용천·민락천·백석천·회룡천·호원천 등 크고 작은 하천이 도시 곳곳을 지나는 덕에 태생부터 자연친화 도시의 조건을 타고난 셈이다.
민선 8기 의정부시는 이런 자원을 십분 활용해 시민 누구나 15분 생활권 내에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추동 숲정원과 둘레길, 장암 수목원, 자일 산림욕장, 신곡 새빛정원 등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각종 시설이 한창 조성 중이거나,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이 추동 숲정원이다. 도시의 심장부에 위치한 73만6천321㎡ 규모 추동공원에 사업비 113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숲정원을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추동공원에 3개의 상징공간, 12개의 정원, 5개의 테마숲을 조성하고 이를 3㎞ 둘레길로 연결하는 이 종합계획이 완료되면 연간 수만명이 이용하는 경기북부 대표 생태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안에 추동공원 정상에 들어설 개방형 전망대는 시 전체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94㎞ 하천 인근 쉼터·황톳길 등 확충
불필요한 도로표지판·시설물 미관 개선
보행자·운전자 불편주는 볼라드도 정비

■ 도시 곳곳 생명줄이 지난다
하천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뿐만 아니라 생태 다양성을 보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7.94㎞. 의정부시에 위치한 6개 지방하천을 모두 이은 거리다. 이처럼 긴 구간이 도시 구석구석에 퍼져있다는 점도 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때문에 하천을 따라 산책하는 건 이미 의정부 시민에겐 일상이다. 모세혈관처럼 뻗은 소하천이나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그 어딘가에 나만의 스팟 하나 쯤 보유하는 것 또한 아는 사람만 아는 의정부 라이프의 재미일 것이다.
시는 올해도 시민들이 하천을 100%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청보리길, 메밀꽃밭, 해바라기 군락 등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풍경을 조성하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 등도 확충한다.
하천을 배경으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쉼터도 늘린다. 어르신이 주로 이용하는 호호당 등 이용자의 취향과 주변 환경을 고려한 공간이 올해도 속속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동근 시장은 “지난해 하천과 지역상권축제를 연계한 ‘동오 마실런’ 등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경험을 토대로 올해도 수변환경을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이라며 “하천이 체험·학습·힐링·문화를 아우르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 도시를 활기차고, 쾌적하게
시민이 일상에서 걷는 장소는 공원이나 하천도 있지만 무엇보다 도심 속 보행로의 비중이 클 것이다. 시는 주요 거리의 도로와 보행환경을 개선해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망월로와 가능동 일대 등 노후한 주요 상권을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 결실을 보일 전망이다. 이를 통해 대학가 주변인 두 곳이 모두 생동감 넘치는 젊음의 거리로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두 곳 거리를 오가는 시민과 대학생이 용건만 보고 서울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내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시는 바라고 있다.
최근 의정부시가 도입해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끌어 낸 또다른 정책 중 하나는 ‘도시비우기 프로젝트’다. 도로에 설치된 불필요한 표지판이나 시설물을 통합 정비해 운전자 안전도 도모하고, 미관상으로도 깔끔한 풍경을 만드는 사업이다.
시는 이를 위해 설치 후 10년 이상 경과된 고장난 신호등 보조표지, 불법 부착된 사설 안내표지, 관리부재로 방치된 시설물을 철거하고 있다.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불편을 주는 볼라드 또한 정비대상이다. 시는 2023년 1천497개의 볼라드를 정비했으며, 2024년에는 901개의 볼라드와 245개의 사설안내표지를 추가로 정비했다. 올해는 479개의 볼라드와 63개의 사설안내표지를 추가 정비해 도로 주변의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효율적이고 안전한 도시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김 시장은 “유명한 세계 여러 도시를 다니다보면 안전은 기본이고 여기저기 편하게 걸터앉아 먹고 쉴 수 있는 ‘걷고 싶은 도시’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시민의 발자국과 손길로 이뤄진 도시, 지속가능하고 사랑받는 의정부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