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온정 나눌 수 있어” 원예로 활짝 핀 미소
강사 18명 1년간 판매 수익금 기부
인천지역 학교·복지관 등서 수업
“장애 가진 이도 창의력 발휘 가능”
“그동안 받아온 온정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모퉁이보호사업장’에서 일하는 발달장애 원예교육 보조강사 18명은 최근 1년 동안 원예상품을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수익금은 숭의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보호작업장 ‘어울림 카페’, 장애인거주시설 ‘미추홀푸르내’ 등에 전해졌다. 기부에 동참한 권보영(25) 원예교육 보조강사는 “그동안 지역사회로부터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나도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모퉁이보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18명은 2022년부터 원예교육 보조강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 원예교육 보조강사는 원예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를 도와 수강생들에게 식물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들은 인화여자고등학교, 인명여자고등학교 등 인천지역 학교나 사회복지관 등에서 원예교육을 하고 있다. 권 강사는 “아이들이 나의 도움을 받아 꽃바구니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나도 장애를 가지고 있어 특수학급에 있는 장애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퉁이보호사업장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쇼핑백 등을 제작하고 있다. 이곳에서 3년 동안 일했던 권 강사는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닌 원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무척 신이 났다고 한다. 그는 “쇼핑백을 제작하는 것은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해야 해 지루했다”며 “원예품을 만들 때는 내 개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어 즐겁다. 이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고 했다.
모퉁이보호사업장 4층에는 이들의 작업실이 마련돼 있다. 여인초, 몬스테라 등 커다란 식물부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텃밭, 꽃바구니 등이 가득했다. 권 강사는 “커다란 식물을 화분에 심을 때는 힘이 많이 들어 어렵지만 섬세한 작업은 자신 있다”며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단순한 일뿐만 아니라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 강사는 앞으로도 나눔을 베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업장 안에서 일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면서 “원예를 배우고 난 후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지식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원예품을 판 돈으로 남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온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