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제치고 2년연속 지가상승 1위
건설사, 상가·주거 건립 엄두 못내
원룸 월세·상가 임대료 상승 직격
매물이 나왔다 하면 계약금부터 걸고 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일대의 용인시 원삼면은 ‘생거진천 사후용인’이라 했던 말을 최근에 ‘생거용인 사후용인’으로 바꾼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강남을 제치고 2년 연속 가장 많이 오른 땅값(1월25일 온라인 보도)은 땅주인과 자금력 갖춘 외지인들만 웃게 할 뿐, 개발은 오히려 늦고 크게 오른 월세 및 보증금 등은 일거리를 찾아 용인에 둥지를 튼 서민들의 미소를 잃게 만들고 있다는 역설도 크다.
1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오는 2026년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조성될 예정인 이곳은 식당보다 부동산이 더 많이 보였다. 허허벌판에 물류창고와 비닐하우스뿐인 눈조차 채 녹지 않은 처인구에 불어닥친 개발 호재는 지난 5년간 폭발적인 땅값 상승을 불러왔다.
실제로 이 지역은 지난해 5.87%, 2023년에는 6.66%의 지가상승률을 기록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강남마저 따돌렸다. 토지 보상을 받은 원삼면 농민들과 외지인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물량으로 나오는 인근의 모든 땅을 족족 매수해 지가 상승을 일으켰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원삼면 인근에 4천여㎡ 화훼농가를 운영하는 조모(64)씨도 지난 2023년 3천300여㎡의 기존 농지가 3.3㎡당 60만원으로 보상금액이 책정돼 이를 받고 또다시 인근에 땅을 샀다. 조씨는 “과거에는 3.3㎡당 20만원 하던 땅이 이젠 130만원까지 올랐지만 더 오를 가능성이 커 물량이 나오면 빚을 지더라도 바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이라도 하듯 부동산 투자 자문과 토지수용 보상에 대한 절세 방법을 광고하는 현수막은 도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이들은 소수고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말이다.
개발 부지 인근 인력사무소에서 일하는 박모(40)씨의 경우 원룸 숙소를 마련하기가 벅찬 실정이다. 이미 원삼면 인근에 원룸 매물은 동났고 인근의 양지 및 백암면 등도 월세가 눈에 띄게 올라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박씨는 “현재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주고 원삼면의 한 원룸에서 살고 있지만 몇 달 후 크게 올려주거나 방을 빼야 하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원삼면에서 2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9)씨 역시 현재 월 140만원에 상가 임대료를 주고 있지만 재계약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
주변 상가들의 임대료가 최근 몇 년 사이 천정부지로 뛰는 바람에 건물주의 임대료 상승 요구가 언제 빗발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바로 앞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온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매상이 눈에 띄게 오른 것은 체감하기 힘들다”고 울먹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개발 때문에 급격히 오른 땅값 탓에 역설적으로 개발이 더뎌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몇 없는 거래들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다보니 수치상 ‘핫’하게 보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인중개사 임모씨는 “서너 배가 넘게 뛴 땅값에 건설자재 비용까지 폭등하니 시행사들이 마진이 남지 않아 상가나 주거 건물을 지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땅값은 크게 올랐지만, 거래량만 놓고 볼 땐 최근 2년 사이 많이 감소했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