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유산중

유일한 개인 소유 건축물 의미

 

궁중 양식 + 일본풍 + 양옥 스타일

근현대사 관통 스토리텔링 공간

문화적 활용도 높일 특단책 절실

인천시 유형문화유산 ‘강화 고대섭 가옥’에 대한 법원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문화재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1938~1944년 건축된 이 가옥의 지하 난방 공간, 굴뚝은 당시 궁중 건축 전문가들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 유형문화유산 ‘강화 고대섭 가옥’에 대한 법원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문화재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1938~1944년 건축된 이 가옥의 지하 난방 공간, 굴뚝은 당시 궁중 건축 전문가들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독특한 건물 구조의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유산 ‘강화 고대섭 가옥’이 금융권 등에 저당 잡힌 빚을 갚지 못해 법원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2일 법원 경매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강화 고대섭 가옥은 인천지방법원 경매 담당 부서에서 청구 금액 4억3천600여만원으로 하는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채권자는 제1금융권 이외에도 여럿 더 있는데, 이 가옥을 담보로 한 총 채무 금액은 8억여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관리번호가 부여된 지정 유형문화유산은 총 85건인데, 이들 중 개인 소유로 돼 있는 건축물은 고대섭 가옥이 유일하다. 문화유산과 개인주택 사이에 끼어 있는 이 가옥을 둘러싼 문제점도 많다. 이 곳을 구경하려는 관람객과 집 주인 간 갈등도 다반사로 빚어지고 있다. 또한 세세한 관리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고대섭 가옥 근대식 가구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고대섭 가옥 근대식 가구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고대섭 가옥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고대섭 가옥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06년 인천시로부터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화 고대섭 가옥은 99칸 구조로 유명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양반가의 전통 한옥 양식에 머물지 않는다. 조선시대 궁중 양식과 일반 한옥 구조가 뒤섞여 있으며, 일제강점기 일본 건축 양식이나 타일 시공 같은 양옥 스타일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여러 채로 나뉘어 있는 고대섭 가옥의 상량문에 적힌 준공 연도 표기 방식의 다양성부터가 도드라진다. 우리나라의 기원을 일컫는 단기(檀紀)와 일본식 연호 쇼와(昭和), 석가모니가 열반한 해를 기준으로 삼는 불기(佛紀),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삼는 서기(西紀) 등을 건물마다 따로 적고 있다. 이 가옥에 그만큼의 다양함이 깃들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스타일은 우리나라 전통 한옥 건축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대섭 가옥 중정.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고대섭 가옥 중정.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고대섭 가옥 지하 온돌시설.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고대섭 가옥 지하 온돌시설. 2025.1.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고대섭 가옥은 겉으로 보이는 건축 양식도 특별하지만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여러 이야기를 품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공간으로도 의미가 크다.

집 주인 고영한(43)씨에 따르면, 이 집은 고씨의 증조할아버지가 그 어머니인 고조할머니를 위해 1938년에 시작해 1944년까지 6년여 동안이나 지었다고 한다. 함경도의 목재, 석모도의 사괴석 등을 특별히 조달했다고 한다. 고조할머니는 대한제국기 궁중에서 일했던 것으로 집안에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이 집 지하에 마련된 난방용 공간과 굴뚝 시스템은 궁중 건축물에서만 볼 수 있는 구조라는 게 고씨의 얘기다. 증조할아버지가 궁중에서 일하신 고조할머니를 위해 일부러 궁궐 건축 기술자들을 불러 지었다는 것이다. 독특한 건축적 가치와 다양한 역사적 스토리를 간직한 인천시 문화유산 ‘고대섭 가옥’이 법원 경매라는 나쁜 이미지를 벗고 인천 강화 지역의 문화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