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건물 ‘복구중’… 사장님들 마음은 ‘타는중’

 

술집 튀김기 과열, 인근까지 번져

매캐함 속 문 닫을수도 없는 형편

“빠른 복구로 상권 회복 도와주길”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한 상가의 일부가 전날 발생한 화재로 인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타버렸다. 2025.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한 상가의 일부가 전날 발생한 화재로 인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타버렸다. 2025.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매일 저녁 손님이라곤 한두 테이블이 전부인데 그마저 발길이 끊길까 걱정입니다. ”

4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로데오거리 한 상가건물. 전날 불길이 덮친 1층 술집 내부엔 까맣게 타버린 테이블, 의자, 술병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 건물 2~3층에 있는 식당의 간판도 모두 불에 그을려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전날 오후 4시57분께 이 상가 1층 술집에서 직원들이 영업을 준비하던 중 튀김기가 과열돼 불이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시작된 술집과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상점도 불에 탔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불은 전날 꺼졌지만, 이날도 바람이 불 때마다 타고 남은 재가 흩날렸고, 매캐한 냄새가 났다.

구월동 로데오거리 술집 화재 현장 2025.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구월동 로데오거리 술집 화재 현장 2025.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불이 난 술집과 같은 건물에 있는 편의점, 약국 등도 내부가 불에 그을려 문을 닫았다. 1층 약국 문 앞에는 ‘상가 화재로 인한 피해 복구 중입니다. 최대한 빨리 정리 후 깨끗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건물 2·3층 상가도 일부가 불에 탔고,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옆 건물 상점들도 간판과 입구가 불에 그을렸다.

인근 상인들은 점심 장사를 준비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보쌈집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요즘 손님이 너무 없다”며 “전날 화재로 연기가 밀려와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는데, 우리는 차마 문을 닫을 수 없어 영업했다”고 했다.

구월동 로데오거리 술집 화재 현장 2025.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구월동 로데오거리 술집 화재 현장 2025.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찌갯집을 운영 중인 이재현(57)씨는 “1년 전만 해도 하루나 이틀이면 주문하던 식재료를 1주일에 1번 주문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며 “이 골목은 저녁 장사로 돈을 버는 가게들이 대부분인데, 까맣게 탄 현장이 남아 있으면 그나마 술 마시러 오던 손님들도 발길을 돌릴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오승호 구월로데오 상가연합회 사무국장은 “이곳 상인들은 불경기에 높은 월세까지 감당해야 해서 주말만이라도 바짝 장사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던 상황”이라며 “불탄 현장이 남아있으면 누가 식사하러 오겠나. 하루 빨리 화재 조사와 복구가 이뤄져야 상권이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