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에서 제작한 달력을 교회 목사에게 건넨 국회의원 예비후보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장우영)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대통령실 근무 경력이 있는 A씨는 총선을 앞둔 지난해 1월21일 인천 한 교회 로비에서 담임목사 B씨에게 대통령실에서 제작한 탁상용 달력 1개와 벽걸이형 달력 1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달력을 받은 B씨는 교회 신도들에게 “A씨가 예비후보로 왔다”며 “이번에 국회의원 출마했는데 여러분이 기도 많이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나 그 배우자는 선거구 안에 있는 기관, 시설, 선거구민 모임 등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범행 당시 예비후보자 신분이던 A씨는 22대 총선에서 인천 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A씨는 법정에서 “달력은 대통령실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한 것이고, 판매용이 아니어서 재산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설령 기부행위라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일반 시민이 쉽게 구할 수 없는 대통령실 달력의 희소성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달력은 비매품이긴 하나 시민단체나 법인 등을 통해 별도로 요청해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 달력과 비교할 때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 대통령실 탁상 달력 가격이 10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등 재산적 가치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은 종교인이 평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헌금하는 행위 등을 기부행위 예외로 인정하지만, 해당 교회는 피고인이 평소 다닌 교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구 내에서 지지기반 확보 내지 강화 등의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