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사용 의혹… 주점 등 총 947만원 결제

운영비 사용·내역 개인 통보 등 관련법 어겨

 

감사 진행… “단합 차원, 내역 공개 후 사과”

인천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부들이 매달 회원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인일보가 입수한 인천 남동구 모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의 후원금 통장 내역을 보면 지난해 1월1일부터 9월24일까지 오후 6시 이후 식당, 주점, 호프집, 노래연습장 등에서 총 42회에 걸쳐 결제가 이뤄졌다. 적게는 4만6천원에서 많게는 54만5천원의 후원금이 지출됐으며 이 기간 총 결제금액은 947만5천700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2023년에는 한 해 동안 총 339만2천800원이 식당, 주점, 노래연습장 등에서 21회에 걸쳐 결제됐다.

이 센터에서 회계 업무를 맡아 온 직원 A씨는 “센터장과 사무처장은 퇴근 전인 오후 5시30분 정도가 되면 직원들에게 술을 마시자고 하는 일이 많았고, 간부들의 이런 요구를 직원들이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후원금으로 저녁을 먹는 일이 늘어났는데 그동안 회원들에게는 후원금 내역 보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4년 1월~9월까지 인천의 한 장애인자활센터의 후원금 계좌 거래 내역. 오후 6시 이후 곱창집, 횟집 등에서 결제된 출금기록이 남아있다. /독자 제공
지난 2024년 1월~9월까지 인천의 한 장애인자활센터의 후원금 계좌 거래 내역. 오후 6시 이후 곱창집, 횟집 등에서 결제된 출금기록이 남아있다. /독자 제공

센터에는 개인 기부자, 직원 등 80여명이 매달 회비 명목으로 5천원~3만원의 후원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은 연간 1천여만원이다. 센터는 활동지원사업 등 지자체로부터 받는 지원금과 별개로 후원금 통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이 기부자로부터 받은 ‘비지정후원금’은 관련법에 따라 내부 사업비, 공공 운영비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 시설의 장은 연 1회 이상 후원금의 수입과 사용 내용을 후원금을 낸 개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2022년 5월부터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한 개인 기부자는 “센터는 그동안 후원금을 어떻게 썼는지 회원들에게 공지해 주지 않았다”며 “후원금을 유용한다는 소문이 들리는데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소액이라도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랐는데 이런 잡음이 들려 불쾌하다”며 “후원을 끊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A씨가 후원금 부당 사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자 센터가 감사 위원으로 지정한 외부 인사 2명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휴가를 마치고 5일 복귀한 A씨는 “기존 회계 업무에서 배제됐으며 사무실 개인 책상도 다른 방으로 옮겨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센터장 B씨는 “간부들을 포함해 직원 17명도 매달 회비(후원금)를 내고 있으며, 센터의 원활한 운영과 직원 단합 차원에서 회비를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달 회원들이 모이는 총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후원회비 내역을 공개하고,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감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