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도로 시야 확보’ 방해

민식이법 시행 불구 교통사고 빈번

“당분간 단속·운전자 주의 요망”

5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성리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2025.2.5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5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성리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2025.2.5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골목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많아요.”

인천 남동구 인천성리초등학교 인근 빌라촌.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적힌 골목길 양쪽을 빽빽하게 주차된 차량이 점령하고 있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있지만 인천 통학로 곳곳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주정차 몸살 앓는 어린이 보호구역

지난 3일 오후 둘러본 이 도로는 차도와 보행로가 구분되지 않는 이면도로다.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의 통학로로 이용된다. 이날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지나던 학생을 뒤늦게 발견한 차량이 급정거하기도 했다. 이같이 아찔한 상황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주민들도 보행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불법 주정차’를 꼽는다. 주민 권모(46)씨는 “주차된 차로 인해 보행자는 진입하는 차량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아지는데, 키가 작은 아이들은 차량을 보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주차 관련 민원을 넣지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5일 오후 3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어린이보호구역인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량들 사이를 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2025.2.5/백효은기자100@kyeongin.com
5일 오후 3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어린이보호구역인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량들 사이를 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2025.2.5/백효은기자100@kyeongin.com

다른 학교 주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구 자유공원 인근에 있는 자유유치원과 송월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도 불법주차가 만연하고 있다. 서행 필요성을 의미하는 ‘지그재그’ 형태의 주황색 실선과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붙어있는 표지가 무색하게 주차된 차량이 줄을 이었다. 인근 주민 김모(65)씨는 “단속 카메라가 있는 학교 정문 쪽은 불법 주차가 적지만, 카메라 시야를 벗어난 곳엔 항상 불법 주차가 이뤄진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한 골목은 어린이 보호구역인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에 불법 주정차된 차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때문에 차 한 대만 겨우 지날 정도로 좁아졌고, 일부 차량은 인도를 침범하기도 했다.

인천 중구 송월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바로 아래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 2025.2.5/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인천 중구 송월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바로 아래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 2025.2.5/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처벌 높이는 ‘민식이법’ 시행 5년…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2021년부터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12만원(승용차 기준)으로 인상했다. 일반 도로의 3배 수준이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취지였다.

지난 2019년 충남 아산에서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주정차 시 과태료를 높이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사고 어린이 이름을 따 ‘민식이법’이라고 부른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 교통사고는 일부 감소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인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186건에 달한다.

노수연 한국교통안전공단 인천본부 연구원은 “불법주정차 차량이 많을수록 운전자가 도로 환경을 인지하기 어렵다”며 “어린이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브레이크를 밟는 반응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5일 오전 10시께 부평구 갈산2동 통학로 인근 이면도로에 가장자리에 차들이 줄지어 주차돼있다. 2025.2.5/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5일 오전 10시께 부평구 갈산2동 통학로 인근 이면도로에 가장자리에 차들이 줄지어 주차돼있다. 2025.2.5/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통학로이지만 어린이보호구역 제외

인천 부평구 갈산2동 주택가 인근 이면도로는 아파트·어린이집의 출입구와 연결돼 있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인근에 있어 학생들도 자주 오간다. 그럼에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도로 가장자리는 주정차된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민 김모(43)씨는 “학생들이 큰길로 나가기 위해 지나는 곳이지만, 보행로 표시도 없고 주차금지구역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도로와 연결된 왕복 6차선 도로만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이면도로이기 때문에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상가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노수연 연구원은 “불법 주정차를 줄이기 위해선 주차공간을 늘리는 것이 이상적인 해결책이지만 쉽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통학 시간에 정기적인 단속 등을 진행하면서 운전자들이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경욱·백효은·송윤지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