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소비층 학생 → 주부 확산
한국인 빨간맛 선호 인기 꾸준
디저트 반짝 유행·과일값 상승
도내 개업 매장보다 폐업 많아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 탕후루도 같이?”
지난해 SNS를 중심으로 유행한 노래 ‘마라탕후루’는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마라탕’과 ‘탕후루’를 주제로 한 곡이다. 중국에서 건너와 번화가를 중심으로 2020년대 초부터 꾸준히 매장을 늘려갔던 두 식품은 지난해 상반된 운명을 맞았다.
5일 오전 10시 용인의 한 학원가에 위치한 마라탕 매장은 점심 손님들을 받을 준비로 한창이었다. 마라탕 도입 초기 주된 소비층이었던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최근에는 주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해당 업장에서 일하는 위해성(42)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는 단골손님들도 많다”며 “코로나 19 당시에도 배달 수요가 있어서 눈에 띄게 매상이 감소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탕후루 매장은 침울한 분위기다. 이날 오후 수원의 한 번화가에 있는 탕후루 가게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찾아오는 손님을 보기 힘들었다. 이 매장은 탕후루 뿐만 아니라 다른 디저트류까지 내놓았지만 예전 같은 매상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했다. 업주 박모씨는 “탕후루 유행이 지나며 찾아오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몇 년 전까지 인근에 탕후루 가게가 3곳이나 돼 서로 경쟁했지만 지금은 다 망하고 우리 가게만 남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같은 현장의 수치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2023년 도내 탕후루 매장은 139곳이 개업했지만 222곳이 폐업했다. 지난해에는 아예 인기가 시들해져 개업 매장 수도 11곳에 불과했다. 반면 도내 마라탕 매장은 지난 2023년 259곳이 개업했지만 폐업 수는 62곳에 그쳤다. 지난해 역시 143곳이 개업하며 기세를 이어나갔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먼저 탕후루의 주재료인 과일값의 상승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과일값 변동 폭은 크게 동요했다. 딸기를 예로 들면 전국도매시장 경락가격(1㎏ 기준)은 지난 2023년 1월 1만1천504원이었지만 같은 해 10월 2만9천919원(162%)으로 크게 뛰었다. 이듬해 4월 6천982원으로 하락한 가격은 4개월 만에 2만5천286원(262%)으로 급상승했다.
안정적인 소비층을 확보한 마라탕에 비해 짧은 디저트 유행주기에 휩쓸렸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운맛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마라탕은 식사로 꾸준한 수요가 있는 데 비해 탕후루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수요층이 안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