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현장’ 48호 발간
선배와의 소통 “내 말 맞다는 확신, 아닐 수도 있음 감안해주길”
변화 꾀하며 “유지만 되는 조직, 열정 불 태우기 어렵게 만들어”
“외연 확장·지역 현안 예술로 승화 등 활동 주목해야” 대안 제시

■ 인천문화현장 통권 48호┃인천민예총 펴냄. 270쪽. 비매품
사단법인 인천민예총이 해마다 발간하는 잡지 ‘인천문화현장’ 48호는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인천민예총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30대 활동가들의 방담회 내용을 실었다.
인천민예총이 주제지만, 인천 지역에서 오랫동안 진보적 사회·문화·환경운동을 펼쳐 온 단체들에 대한 젊은 활동가들의 시선으로도 읽힌다. 이들의 목소리는 ‘세대 간 소통’과 ‘이미지 개선’(외연 확장)으로 모였다.
김창길 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이 사회를 맡은 방담회에는 김슬비 인천민예총 미술위원회 회원, 김은별 인천민예총 기획국장, 김정민 인천민예총 전통예술위원회 사무국장, 라정민 모씨네사회적협동조합 기획국장, 이누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미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때때로 연대·협업한 경험이 있다.
김은별 기획국장은 “처음 인천민예총에 들어왔을 때 우선은 민예총이란 단체를 몰랐고 어쨌든 저는 열심히 회사를 다녀야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다”며 “어제(2024년 10월 30일)가 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였는데 (중략) 알고 보니까 기념비라든지 전시도 하고 꾸준히 기억을 해주셨던 분들이 주로 인천민예총 회원들이었구나 생각을 하면서 특히나 더 마음이 좋았고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긍정적 이야기만 오가지 않았다. 오랜 기간 단체를 이끈 선배 활동가들과의 소통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가도 있었다. 서로 철학 기반이 다르거나 조직 문화와 소통 방식에 대한 이해가 달라서 나타나는 문제인 것 같다는 것이다.
김정민 사무국장은 “선배들이 아무래도 살아온 인생이 있고 그 분야에 더 오래되고 하셨으니 ‘내 말이 맞아’, 하는 권위주의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며 “무조건 내가 먼저 경험해봤는데 이게 맞더라가 아니라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감안을 해서 서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젊은 활동가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인천민예총의 상황이 예전의 목적과 맞지가 않아서 유지만 할 뿐이지 뭔가 더 파이팅 넘치게 할 수 있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김은별), “인천민예총이란 단어가 억압이 강한 것 같이 느껴졌다.”(이미리), “이미지가 세서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하기는 어려울 것”(김정민) 등의 반응이 나왔다.
물론 대안도 제안했다.
이미리 사무처장은 “작가들의 개인적 창작 활동만이 아니라 외연을 넓혀나가는 활동들에 좀 더 주목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의 현안을 예술로 승화시켜서 널리 퍼뜨리길 바란다”고 했다. 라정민 기획국장은 “각각의 회사 이름과 정체성은 유지하되 원하는 프로젝트마다 원하는 프로젝트명들을 붙이듯 인천민예총도 그걸 브랜드화해서 (중략)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것들이 고객의 공간이든 사업이든 행사든 교육이든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인천문화현장’ 48호에는 ‘2024년 인천 미술 현장을 되돌아보며’(박석태), 노동에 관한 조혜영·이용훈·이원석·김민지·최지인 등 시인들의 좌담회인 ‘문화이슈 - 새로운 노동의 모습’, ‘동시대의 나이듦과 노동’을 주제로 한 기고들, ‘동시대의 작가 인터뷰’(임기웅·임희진·권용득·김명남) 등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인천문화현장’은 인천민예총 홈페이지(자료실)에서도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