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소리 배뱅이굿 모티브 청춘 성장담
국악 장단에 발라드, 탱고, 힙합 녹여내
인천 20~30대 배우·음악인·제작진 참여
“희망 메시지 전하고자 패기로 만든 공연”
![지난 7일 인천 동구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옥뱅이뎐’ 공연 모습. 2025.2.7 /돗가비콘텐츠 제공](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8/news-p.v1.20250208.9953f258d197497faa14466675e1fd81_P1.webp)
서도는 평안도와 황해도를 일컫는다. 이 지역에서 전승된 서도소리는 북이 아닌 장구 반주의 수심가토리로 구슬픈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판소리와 다르다. 이북의 서도소리는 국가무형문화유산 제29호 서도소리 배뱅이굿으로 인천에서도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다. 노래와 춤이 섞인 서도소리 배뱅이굿은 상좌중을 만나 그리다 상사병을 얻어 죽는 배뱅이와 그의 넋풀이를 하려는 부모, 거짓 넋풀이 굿을 하는 박수무당 이야기다.
서도소리 배뱅이굿을 모티브로 창작된 뮤지컬 ‘옥뱅이뎐’이 지난달 17일과 18일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지난 7일과 8일 인천 동구문화체육센터에서 처음 선보였다. 총 6차례 공연했다. 서도소리도, 배뱅이굿도 몰라도 전혀 관람에 지장이 없는 청춘 드라마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 서도소리에 관심이 생길 관객이 많겠다.
서도소리 배뱅이굿 완창 공연에 나선 소리꾼 이자현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배뱅이가 죽는 대목’에 이르지만, 갑자기 이야기 속 배뱅이가 “저 안 죽을래요!”라고 선언하면서 소리를 내지 못한다. 배뱅이가 죽어야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공연을 끝낼 수 있는 소리꾼 이자현과 연인이 자신을 떠난 이유조차 모른 채 죽기 싫은 배뱅이의 기묘한 여정으로 서사가 흐른다.
![지난 7일 인천 동구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옥뱅이뎐’ 무대 모습. 2025.2.7 /돗가비콘텐츠 제공](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8/news-p.v1.20250208.bf3190770bd74aba8f691ff93e21741a_P1.webp)
원작 서도소리 배뱅이굿의 이야기를 비틀어 판타지 장르로 재창작하니 현실 속 젊은 세대의 고민을 담은 성장담이 된다. 이자현과 배뱅이는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과 함께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대’ ‘산다는 건’ 등의 오리지널 넘버를 부르며 “산다는 건 차가운 세상에서 언제나 당당하게 산다는 것 더러운 개똥밭에도 더 굳세게 산다는 건 그런 걸 거야”를 외친다. 그리고 ‘옥뱅이뎐’이란 새로운 이야기를 쓰게 된다.
익숙한 뮤지컬 양식의 서사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며 이자현 역을 맡은 방미나와 배뱅이 역을 맡은 이정민의 듀엣이 돋보이는 넘버 ‘산다는 건’에서 절정을 이룬다. 1인 3역 이상이 기본이었던 앙상블 백수현, 서영민, 최민우, 김승현은 주역 못지않은 비중으로 무대를 채웠다. 연주자 6명이 20여 가지의 악기로 국악 장단에 전통 음악은 물론 발라드, 록, 탱고,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라이브로 연주했다. 무용과 탈춤 등 전통 요소를 적절히 배합했다.
2023년 설립된 신생 제작사 돗가비콘텐츠의 첫 번째 정규 작품이다. 배우와 연주자, 제작진까지 모두 20~30대를 기용했다.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젊은 무대이기에 그러한 장점만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돗가비콘텐츠는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예술단체다. 이번 작품의 배우, 연주자, 제작진이 모두 인천 출신이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뮤지컬 ‘옥뱅이뎐’ 극·연출을 맡은 이새봄 돗가비콘텐츠 대표. 2025.2.7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8/news-p.v1.20250208.3df255490c0541fea755c98198eb12c1_P1.webp)
‘옥뱅이뎐’ 극본·연출을 맡은 이새봄 돗가비콘텐츠 대표는 “어떠한 선택이든 어떠한 길을 가든 그것이 틀리지 않았으며,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꾸준히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고 하게 될 것이란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새봄 대표는 “인천에서 만들어지는 공연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활동의 지평을 넓히고자 청년 예술인들이 패기로 밀어붙여 만든 공연”이라고 했다. 이들의 다음 행보를 궁금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