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째 호남 방문 등에 ‘비명계 결집’ 쏠린 눈
‘우클릭’ 이재명에 선 그으며 관련 행보로 눈길
연일 尹·與 맹비난…전통 野 지지층 자극하나
![경기도가 주4.5일제 시범 사업을 앞둔 가운데, 7일 오전 김동연 도지사가 판교의 한 AI 벤처기업에 방문해 대표, 직원 5명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2025.2.7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8/news-p.v1.20250207.36af7a223bc043839001685d91f7dad7_P1.webp)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선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도 선을 긋는 발언을 이어가는가 하면, 기관장 인선과 방문 일정 등에서도 비명계 결집의 포석을 다지는 모습이다.
■ 취임 후 14번째 광주 찾는 김동연… 비명계 결집 본격화?
김 지사가 다음 주 민주당 표심의 중심지인 호남지역을 찾는다. 이번 호남 방문은 취임 후 14번째다. ‘김대중 정신’ 메시지를 강조하며 지지세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방문은 오는 13~14일 1박2일 일정으로 이뤄진다.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광주경영자총협회(경총) 강연, KBC광주방송 출연, 강기정 광주시장과의 만남 등이 예정돼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5일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호남 방문에 대해 “광주 경총에서 경제 관련 강의를 부탁해왔다”며 경제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남 지역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성지다. 그런 정신을 이어받고 싶고, (긍정적인) 부수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7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8/news-p.v1.20250208.fcc3ef43722b412482c03061eba6e270_P1.webp)
김 지사의 호남 방문은 취임 이후 줄곧 이어져왔다. 김 지사는 지난 2022년 취임 첫 행보로 국립현충원 김대중 묘소를 찾았다. 이후 전라남도·전라북도·광주광역시 상생발전 협약식, 광주 로컬콘텐츠 페스타 등에 참석했다. 마지막 방문은 지난 1월 1일 새해 첫 일정으로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해 무안공항과 광주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것이었다.
그간 김 지사의 호남 방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행사가 주를 이뤘다.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 모교인 목상고(구 목포상고)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김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방명록에 ‘역사와 국민을 믿고 민주주의, 민생, 평화의 길을 여는 데 앞장서겠다’고 적었다.
이런 가운데, 김 지사의 이번 방문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 ‘비명계’ 인사들의 호남 방문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호남지역에 머무르는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전통적 힘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며 “우리 민주당의 폭을 넓히고 탄핵에 찬성한 여러 세력의 힘을 엮어 대한민국의 다음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김두관 전 의원 역시 오는 10~12일 광주·전남을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지역 포럼 참석, 언론인 간담회 등을 한다.
비명계 인사들의 잇딴 호남 방문에 비명계 결집의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들 중 유일하게 현직에 있는 김 지사는 아직 노골적인 비명계 합류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아직 비명계와의 결집을 논하거나 그럴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초일회 등 비명계 모임에서 김 지사를 초청하기도 했는데, 언제든지 초일회 측과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 핵심 주자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민주당으로 복당했다는 소식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도지사 SNS 캡처](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8/news-p.v1.20250207.d1175b123cf24ae38b6919cfc84c6dcf_P2.webp)
실제로 김 지사는 김경수 전 지사의 민주당 복당 소식에 즉각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더 큰 민주당’과 정권 교체로 가는 길에 큰 역할을 해주시리라 믿는다. 민주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함께 힘 모으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가 잇따라 공석이 된 경기도 산하기관장직에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낙점한 점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 7일 경기도는 김상회 전 청와대 행정관을 경기아트센터 신임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제8대 경기도의원을 역임한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자치발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그에 앞서 도는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엔 이용빈 전 의원,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엔 유정주 전 의원을 각각 내정한 바 있다. 모두 비명계 인사들로 분류된다. 지난해 총선 당시 이 전 의원은 광주광산갑, 유 전 의원은 부천갑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당내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미 김 지사는 지난해부터 전해철 도정자문위원장, 고영인 경제부지사, 윤준호 정무수석, 김민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김경협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이사장, 인재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국회의원 출신 인사 영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 이재명 대표와는 차별화… ‘플랜B’ 존재감 각인
김 지사는 지난 7일 성남 판교에 소재한 브레인벤처스에 방문했다. 해당 기업은 1주일에 30시간만 근무하면서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다. 도지사가 관내 기업 현장을 찾아 점검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겠지만, 이날 방문에 유독 시선이 쏠렸던 것은 사흘 전인 지난 4일 김 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검토 시사를 비판한 점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4일 오후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주52시간 근무제를 예외로 하는 방안과 관련 “시대를 잘못 읽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5.2.4 /김동연 도지사 SNS 캡처](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8/news-p.v1.20250204.a24e9e3ee72e499d8d7f2428970dc1e7_P2.webp)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 주52시간 근무제를 예외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 성장을 위한 특별법안)’ 추진과 관련, 도입을 주장해온 정부·여당은 물론 최근엔 이 대표도 검토를 시사하자 김 지사는 “AI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게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인가”라고 지적했다. 그 이후 노동시간 단축 기업을 찾아 “노동의 양보단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다음 주중엔 도내 반도체 기업 현장을 찾아 간담회도 예정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 반도체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은 재정을 포함한 과감한 지원, 전력과 용수 문제 해결, 반도체 인프라 확충이다. 다른 데 시간 허비하지 말고 인프라 확충과 용전·용수 문제 해결 방안부터 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인영 의원이 지난 5일 SNS를 통해 “민주당의 노동 정책이 윤석열의 정책과 똑같아서야 되겠느냐. 민주당은 민주당다울 때 가장 큰 힘으로 수권 세력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자, 김 지사는 “맞다. 민주당은 민주당다운 길을 가야한다”고 동의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지난 5일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필요하지만, 가치가 실용주의라는 것은 다른 얘기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제대로 된 진보의 가치를 앞에 두고 실용주의는 실현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은 윤상현·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을 맹비난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2025.2.7 /김동연 도지사 SNS 캡처](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08/news-p.v1.20250208.d7158d40e7f443959179f92d34f2808f_P2.webp)
이번 ‘반도체 특별법’ 공방 속 이 대표엔 ‘우클릭’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김 지사가 연일 매우 강한 어조로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있는 점도 전통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하는 행보라는 해석이다.
8일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지칭하며 윤상현,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은 점에 대해 “내란 수괴 알현하는 윤상현, 김민전. 번호표 뽑고 알현 대기 중인 ‘내란의힘’, 추상 같은 역사의 판단 앞에 곧 서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지난 7일엔 김 지사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대왕고래’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시추 결과에 대해 “또 하나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즉각 자신의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지칭하며 “‘자고 나니 후진국’을 만든 주범이 할 말이냐”고 반문했다.
/강기정·이영지·김태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