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 의심 가구 통합지원

 

주거개선 사업·심리치료 프로그램

복지대상 발굴·상담 서비스 진행도

인천내 한 상가 주택 1층에 종이상자, 우산, 신발 등 잡화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경인일보DB
인천내 한 상가 주택 1층에 종이상자, 우산, 신발 등 잡화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경인일보DB

인천 연수구가 저장 강박 의심 가구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연수구는 지역사회와 협력해 저장 강박 의심가구에 대해 주거개선사업과 심리치료를 지원한다고 9일 밝혔다.

저장 강박증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정신 질환이다. 쌓아둔 물건에서 악취가 나거나 벌레와 곰팡이 등이 생겨 본인과 주변 이웃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집 앞 도로까지 물건을 쌓아둘 경우엔 보행자들의 이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저장 강박 의심가구를 지원하는 조례가 없는 연수구는 그동안 저장 강박 의심 가구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연수구는 앞으로 동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기관과 협력해 저장 강박 의심가구를 발굴할 예정이다. 또 연수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집안의 쓰레기를 치우고 소독과 방역을 진행한다.

저장 강박은 사회적, 경제적 결핍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타인에겐 쓰레기로 보이는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다 보니, 이 물건을 치우려고 하면 고통이나 괴로움 등을 느낀다.

저장 강박 의심가구를 설득해 집 안의 쓰레기를 치우더라도 질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강박이 재발하기도 한다.(2023년10월16일자 6면 보도)

저장 강박은 정신질환… 관리·치료 국가가 나서야

저장 강박은 정신질환… 관리·치료 국가가 나서야

불씨가 되기도 한다. 모아둔 물건 때문에 벌레가 꼬이고 집 밖으로까지 나온 쓰레기에 이웃들도 피해를 본다. 10대부터 고령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저장 강박이 나타난다.원인은 다양하다.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전용호 교수는 "사회적, 경제적 결핍을 느끼는 가구에서 저장 강박 증상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결핍을 해소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질병 관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저장 강박은 인지행동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는 질병"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저장 강박 의심 가구엔 지자체가 정신건강 상담과 함께 치료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실태 조사가 급선무다.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는 "저장 강박은 거주자의 안전, 건강 등이 위협되는 '자기 방임'의 상황"이라며 "이런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지자체가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저장 강박은 불안, 치매, 우울증 등을 동반한다"며 "쓰레기를 치우더라도 정신과 상담 등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평균 6개월~1년을 주기로 다시 '쓰레기 집' 상태로 돌아오는 가구가 많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인천시 미추홀구 숭의4동의 한 상가 주택 1층에 종이상자, 우산, 신발 등 잡화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https://www.kyeongin.com/article/1659172

이에 연수구는 쓰레기를 치운 뒤에는 저장 강박을 가진 이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사업’을 연계하고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지원한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지역사회가 협력해 저장강박증이 있는 구민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 저장 강박을 가진 이들과 이웃의 안전·건강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