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익만 추구하는 ‘탐욕주의’
EU, 직접투자 규제 등 조치로 대항
일본, 자기업 도산땐 ‘국유화’ 추진
韓, 탄핵정국·대선에만 시선 집중
예측 불가 경제위기 대책 세울때

트럼프 제2기. 예고한 관세전쟁과 불법 이민자 추방보다 더 거친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자지구나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의 주권 원칙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도 국제법도 필요 없다는 태도다. 트럼프의 대외정책들을 보면 각 국가가 어렵게 형성해온 주요 세계 질서와 체제를 파괴하거나 정지시키고 있다. 과연 미국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초래할 악영향은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고향, 국적, 종교, 지리, 문화 등 정해진 영역이 있다. 그곳에는 서로 다른 법·경제·사회·정치·종교의 원칙들이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든 개인이든 서로 다른 원칙을 조절하기 위해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중시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적이라는 것은 동시에 진리의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그는 비논리적인 것은 불확실하며,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이성과 논리 그리고 사고력의 의미를 지닌 로고스를 통해 진리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그의 사고방식과 철학은 변함없이 서양을 하나의 공동체이자 문화권으로 묶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경제적 가치관을 최우선 순위로 하고 있다. 경제 목적 이외의 사고나 기준을 비논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에게 인간을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합리적 논리는 없다. 경제적 탐욕주의는 그가 자주 사용하는 미국 갈취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비논리적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는 충돌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대외무역법’과 ‘반외국제재법’ 등에 근거하여 이미 미국의 기업과 임직원을 직접 제재하고 있다.
트럼프의 제 1기 경제적 위압과 중국의 수입 금지·제한을 경험한 EU는 ‘반경제적 위압조치’에 대해 제도를 정비하였다. EU의 대응 전략은 ① 공급망의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의 완화 ② 경제적 위압을 받은 산업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 ③ WTO 등 국제적 제도의 활용과 대응 ④ 경제적 위압을 강행한 국가에 대한 대항조치이다. EU는 ③의 대응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인식하에 ④의 대항조치로 관세 부과와 수출입 제한 그리고 직접투자 규제 등의 조치로 맞서게 된다.
일본은 일부 기업에 대한 국유화 정책 추진을 지난 12월 말에 발표하였다.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은 특정 중요물자로 반도체와 항균약제 등 12개 물자를 지정하고, 안정적 공급을 위해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새롭게 제안된 것은 감염 확산, 원자재 수입 중단, 외국으로의 기술 유출, 중국에 의한 희귀금속의 수출규제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위기에 처한 해당 기업을 국가가 매수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경제 위기로 인해 도산하는 일본 기업을 국가가 매수해 기술 획득을 노리는 외국에 대항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규제와 트럼프의 관세정책 등에 따라서는 일본의 산업과 기업이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본다. 일본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중국의 보복 조치, EU의 대항조치가 본격화되는 비논리적 상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한국도 트럼프와 중국 등의 비논리적 정책으로 경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헌법상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과는 다른 차원의 대항 법률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주요 산업과 기업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공급망과 기술 유출의 문제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본처럼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중요물자를 생산하는 기업이 위기에 처하는 경우 일시적으로 국유화하고, 위탁생산을 하는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긴급사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와 국가정보원의 인텔리전스를 높여야 한다.
모두가 탄핵정국과 대선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각국의 조치는 진행형이다. 위기가 닥쳐도 국민과 기업이 안심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놔야 한다. 핵심기술 유출과 물자 공급 등에 대비책을 수립하는 것은 경제적 위압에 맞서는 한편 산업과 기업의 회복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정말 필요할 때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입법적 대응과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