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단지내 상당수 도난 무방비

“금방 잡히더라도 파생범죄 위험”

9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의 한 공터에 중고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2025.2.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9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의 한 공터에 중고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2025.2.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9일 오전 10시께 찾은 수원시 권선구 중고차 단지. 인적이 드문 골목을 지나자 넓은 공터에 차량 수백대가 빼곡히 주차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수원에 있는 중고차 업체들이 판매하는 상품용 차량들이었다. 일렬로 늘어서 있는 차량들의 아랫부분을 살펴 보니 운전석 앞바퀴에 올려둔 열쇠가 보였다. 이날 주차된 차량들 중 상당수가 바퀴 위에 열쇠를 올려두고 있었지만, 1만2천여㎡ 규모에 달하는 공터엔 CCTV가 4대밖에 없어 사방이 사각지대였다.

이른바 ‘중고차 성지’로 불리는 서수원 곳곳에서는 중고 차량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차장 부지 마련이 마땅치 않은 일부 중고차 업체들이 공터에 차량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딜러 A씨는 “야외 주차장이나 멀리 떨어진 공터에 차량을 보관하는 딜러들은 열쇠를 사무실에 보관하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차량 바퀴 위나 내부에 열쇠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딜러 B씨는 “세차·광택 업체에서 서비스 후 차량을 인계할 때 주로 바퀴 위에 열쇠를 올려 두고 딜러에게 찾아가라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되찾는 것을 까먹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열쇠를 방치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9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의 한 공터에 중고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2025.2.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9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의 한 공터에 중고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2025.2.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부실한 차량 관리는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쇠가 보관된 중고차를 노린 중학생 2명이 공터에 주차된 차를 훔쳐 시흥시 오이도까지 운전하는 사건(2025년 2월5일자 인터넷보도)이 발생했다. 앞서 같은 해 9월에는 외국인 2명이 권선구의 한 중고차 매매업체 주차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2024년 10월8일자 지면보도). 이들 역시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차량 안에 열쇠를 보관 중인 차량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서 오이도까지… 차량 훔쳐 운전한 중학생 2명 검거

수원서 오이도까지… 차량 훔쳐 운전한 중학생 2명 검거

월 1일 절도 장소에서 40㎞가량 떨어진 시흥시 오이도까지 이동한 뒤 경찰의 거점 음주단속을 피하려다 뒤따르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혐의도 있다. 사고 직후 도주한 두 사람은 수원 권선구로 돌아와 인근 도로에 차를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28393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서 차량 훔쳐 달아난 외국인들 구속 송치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서 차량 훔쳐 달아난 외국인들 구속 송치

에 걸쳐 수원시 권선구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내에 주차된 중고 승용차 2대를 훔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같은 국적의 중고차 판매원 B(29)씨에게 “불법 차량도 가져오면 팔아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C(20)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차량 안에 열쇠를 보관 중인 차량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3명은 모두 무면허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도난 차량은 대포차로 재판매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중고차 매매단지에 주차된 상품용 차량의 열쇠를 차량 안에 보관하지 않는 것이 유사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2600

이런 상황에 업계는 딜러들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고차 딜러 C씨는 “중고차 절도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수법이 비슷하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면서도 “하루 이틀이면 범인이 잡힌다는 이유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중고차 주차장 관리자는 “청소년이 장난삼아 훔친 차량은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성인이나 외국인이 훔쳐간 차량은 되찾기 어렵다”며 “번거로워도 사무실 키박스에 보관하는 게 바람직한데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중고차 절도는 대포차로 사용돼 파생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찰력을 동원해 범인을 금방 잡을 수 있더라도, 일차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업계에서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