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휴식처 “좋아요”, 멀면 한파여도 “안가요”

 

생활물류쉼터, 1월 일평균 134명

공공운영 2곳 중 ‘휴랑’과 대비돼

주변 상권·접근성 차이 희비 갈려

지난 8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인천생활물류쉼터에서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는 작년 한 해에만 2만5천444명의 이동노동자가 다녀갔으며 올해 1월 일평균 이용객은 134명에 달한다. 2025.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8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인천생활물류쉼터에서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는 작년 한 해에만 2만5천444명의 이동노동자가 다녀갔으며 올해 1월 일평균 이용객은 134명에 달한다. 2025.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매서운 한파가 이어진 지난 7일 오후 3시께 인천 구월동 한 상가 건물. 이곳 2층 ‘인천생활물류쉼터’에선 이동노동자들이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물류 사업을 하고 있다는 임민형(39·연수구)씨는 “쉼터를 알게 된 이후 구월동 쪽에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오고 있다”며 “과거에는 일을 하다 잠시 시간이 남을 때 PC방이나 카페를 전전했는데 금전적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 대표 상권인 구월동 로데오거리 안에 들어선 생활물류쉼터는 대리기사와 배달라이더, 유통·물류업 종사자 등을 위해 인천시가 2023년 11월부터 무료로 제공하는 휴식 공간이다. 안마의자와 휴대전화 충전기를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이 있고, 관리 직원도 상주한다. 평일에는 오전 10시, 토요일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익일 오전 6시까지 문을 연다.

생활물류쉼터에는 사무실이 없는 노동자들이 주로 방문한다. 오후 7시부터 새벽 시간대에 ‘콜’을 기다리는 대리기사와 배달라이더 등이 이용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대리운전을 했다는 박승인(63·남동구)씨는 “일이 없을 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쉼터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알아보기도 하고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잠시 몸을 녹인다”고 했다.

생활물류쉼터는 지난해에만 2만5천444명의 이동노동자가 다녀갔다. 특히 날씨가 추운 겨울철 이용자가 많다. 쉼터 이용자가 봄·가을에는 하루 평균 40~50명이지만 겨울에는 100명을 넘어선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일평균 방문객은 각각 123명, 134명이었다.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3일엔 150명이 찾았다.

인천에서 공공으로 운영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는 2곳뿐인데, 그마저도 1곳은 생활물류쉼터와 달리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이동노동자 쉼터 휴랑이 불이 꺼진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개장 이후 두 달간 이용객이 200명에 불과하다. 2025.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8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이동노동자 쉼터 휴랑이 불이 꺼진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개장 이후 두 달간 이용객이 200명에 불과하다. 2025.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당일(7일) 비슷한 시각 구월동에 있는 이동노동자 쉼터 ‘휴랑’(남부근로자종합복지관 1층, 구월남로 75)은 지난 이틀간 방문객이 4명(출입 명부 기준)에 불과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 인증을 한 후 입장할 수 있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된다. 여성 전용 휴게실도 마련돼 있지만 정작 이용하는 이들이 드물었다. 인천시가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을 통해 지난해 11월27일 문을 연 휴랑은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이용객이 200명에 불과하다.

쉼터 주변에 큰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과 낮은 접근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건물 경비원은 “쉼터가 생긴 직후 다녀가는 사람이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1~2명 정도만 찾아온다”고 했다.

이날 휴랑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자 이동노동자 1명이 들어왔다. 5~6년간 대리기사를 했다는 권모(40대·남동구)씨는 “대리기사들이 저녁시간대 오기에는 위치가 너무 외지다”며 “적어도 지하철역에서는 가까워야 이용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대근 라이더유니온 인천지부장은 “컨테이너 등을 이용한 가설건축물 형태의 무인 이동노동자 쉼터가 전국에서 확대되는 중”이라며 “쉼터는 상권과 접근성에 따라 이용률이 크게 달라진다. 작은 공간이라도 적재적소에 생겨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인천시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이용률이 낮은 쉼터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이동노동자가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