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가구 방치… 곳곳에 화재 흔적

철근 약해진 건물 해빙기 오면 더 위험

‘거주불가’에도 2·3층에 주민 11명

대부분 노인, 사고땐 대피도 어려워

10일 부천시 한 연립주택 입구에 구조안전 위험 시설물 알림판이 붙어 있다. 2025.2.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0일 부천시 한 연립주택 입구에 구조안전 위험 시설물 알림판이 붙어 있다. 2025.2.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안전등급 최하를 받은 공동주택에 여전히 사람이 거주하고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특히 겨울철이 지나 해빙기가 찾아오면 안전위험은 커지는 상황이라 대책이 요구된다.

10일 오전 11시께 찾은 부천시 소사구의 4층 연립주택. 녹이 슬어 뻑뻑하게 열리는 출입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콘크리트가 떨어져 철골이 드러난 벽이 보였다. 볼록하게 솟은 복도 바닥은 타일 곳곳이 깨져 있었고, 천장은 나무로 된 외장재가 떨어져 구멍이 뻥 뚫렸다.

주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는 것은 건물 곳곳에 방치된 화재 흔적이다. 수년 전 발생한 불로 텅 빈 1층의 벽과 천장은 전부 녹아 있었고, 깨진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바닥에는 잿더미와 반쯤 탄 가구가 남아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주변도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10일 부천시 한 연립주택 건물 1층에 수년 전 발생한 화재로 내부 곳곳에 그을음이 남은 채 방치돼 있다. 해당 건물은 지난 2015년 지자체의 시설물 안전 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2025.2.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0일 부천시 한 연립주택 건물 1층에 수년 전 발생한 화재로 내부 곳곳에 그을음이 남은 채 방치돼 있다. 해당 건물은 지난 2015년 지자체의 시설물 안전 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2025.2.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해당 연립주택은 ‘사람이 살아선 안 된다’고 판정을 받은 곳이다. 감사원의 시설물 안전점검·진단제도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부천시는 지난 2015년 3월 안전 진단 평가에서 이 주택을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지정했다. E등급은 안전상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대피, 긴급한 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건물 2층과 3층에는 주민 11명이 살고 있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집주인들은 한참 전에 살던 방을 내놓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며 “건물이 워낙 낡다 보니 월·전셋값이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세입자들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오후 부천시 한 연립주택의 모습. 해당 건물은 지난 2015년 지자체의 시설물 안전 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으며 현재 주민 11명이 거주중이다. 2025.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6일 오후 부천시 한 연립주택의 모습. 해당 건물은 지난 2015년 지자체의 시설물 안전 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으며 현재 주민 11명이 거주중이다. 2025.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곳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탓에 붕괴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대피가 쉽지 않다. 주민 김모(88)씨는 “보조기구 없이는 걷기가 어려운데, 큰일이 났을 때 밖으로 나가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씨의 방 창문으로 보이는 철길 위로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방 전체에 진동이 울렸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을 한다는 이유로 대피 행정명령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부천시 측은 “해당 시설물은 부여된 등급에 관련 법률에 따라 정기적으로 전문 업체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한 곳은 콘크리트나 철근의 강도가 약해지는데, 건물을 떠받치는 1층을 이 같은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게다가 겨울철은 외장재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건물이 약해지기 때문에 노후로 부실해진 주택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