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성 사용에 시민들 가격 부담
절화 1월 거래량 전년比 11만단↓
“성수기지만 가격 올라 매출 급감”
![1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중학교 앞에서 한 상인이 팔지 못한 졸업식 꽃다발을 정리하고 있다. 2025.2.1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10/news-p.v1.20250210.945e92f51426498db663e380ff75d85c_P1.webp)
“딱 하루 사용할 생화 꽃다발 하나에 5만원이 훌쩍 넘으니 부담이 되죠.”
10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논현중학교. 졸업식이 열린 교내 곳곳에서 생화가 아닌 형태의 꽃다발이 눈에 띄었다. 검정·분홍 풍선을 엮어 꽃다발의 형태로 꾸민 ‘풍선 꽃다발’부터, 스마일 캐릭터가 그려진 꽃 형태의 인형 두 개를 손에 쥔 학생도 있었다.
학부모 김모(54)씨는 캐릭터 인형을 조화로 감싸고 있는 ‘꽃다발’을 준비했다. 김씨는 “6~7년 전 첫째 졸업 때까지는 생화 꽃다발이 필수처럼 느껴졌는데, 둘째는 인형 꽃다발을 원한다고 해 올해는 생화를 준비하지 않았다”며 “생화 꽃다발 가격이 7만원이나 한다고 해 깜짝 놀랐다. 인형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가격도 저렴해 장점이 많다”고 했다.
비싼 꽃 가격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에서 생화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저렴하게 생화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과 졸업식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생화를 판매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졸업생들이 당근을 찾고 있다. 당근에서 ‘꽃다발’이나 ‘생화’로 검색하니 게시글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오늘 졸업식 때 딱 1번 사용했다”며 꽃을 판매하고 있었다.
![1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중학교 앞에서 졸업식 꽃다발이 판매되고 있다. 2025.2.1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10/news-p.v1.20250210.577080e6ef6e42f4b527f0dab421c414_P1.webp)
화훼업계는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해 졸업식 특수도 옛말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남동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남모(45)씨는 “매출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던 코로나19 시기를 간신히 버텼는데 매출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며 “손님들은 꽃 가격이 비싸다고 하지만 도매가격이 비싸져 상인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시스템을 보면 양재동 at화훼공판장 기준 올해 1월 동안 절화(꽃다발 등으로 활용을 위해 꺾은 꽃) 거래량은 116만 단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만 단 줄었다.
인천 남동구 남동IC화훼단지 내 생화 도매점에서 일하는 이모(35)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보면 생화 도매 가격이 2배 정도 올랐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거래가 크게 줄어 매출은 40% 정도 감소했다”고 했다.
화훼업계는 졸업식뿐 아니라 개업 축하식 등에 사용되는 난(蘭)·관엽식물 판매도 급감했다고 하소연한다. 30년째 난 도매점을 운영 중인 조평휘(60)씨는 “축하 화분을 보내는 연말·연초 인사 시즌이 난 판매 성수기이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라며 “난이나 화분도 이전엔 10만원짜리가 가장 많이 판매됐으나, 최근엔 7만원이나 5만원 등 낮은 가격 상품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 등이 소비자들에게 ‘절약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불안감을 주고 있다”며 “축하를 위해 굳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실용성 떨어지는 생화보다는 지속적으로 사용가능한 선물을 찾게 되는 심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