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분쟁 93% 중소·중견 기업
소액 공격·개입 쉬워 주요 타깃
주주이익보호 불분명 불안 높여
주주 이익 보호의무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중소·중견기업 내 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상장사의 경영권분쟁소송 건수는 87개사·315건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의 기업 규모를 보면 중소기업이 59개사(67.8%), 중견기업이 22개사(25.3%)로 93.1%를 차지했다. 대기업은 6개사(6.9%)에 불과해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분쟁에 덜 노출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한상의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이 더 크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35.3%(2022년 말 기준)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의 경영권 분쟁 건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비교적 소액으로도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고, 지분구조가 단순한 경우 경영개입이 쉬울 뿐 아니라 분쟁이 발생하면 대응 인력과 자금 등이 부족해 경영권 공격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며, 모든 주주를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기업의 합병·분할 등에 대해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해외 행동주의 펀드(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펀드)들이 경영권 공격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후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행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 포함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는 그 의미가 불분명해 주주들과의 분쟁을 증가시키고 기업의 법적 예측 가능성을 감소시켜 경영 불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상의는 “상법이 개정될 경우 투자와 연구개발에 사용해야 할 중소·중견기업의 재원이 경영권 방어에 허비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 생태계 육성과 경제활력 제고는 더 요원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