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아닌 계몽령” “탄핵인용땐 을사5적”
법치 부정 횡행하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
계엄의 밤 옅어지면서 탄핵반대 집회 커져
예단 못하지만 법리와 양심따라 결론날 것

헌법재판소의 지난 6차 변론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내란’프레임과 ‘탄핵공작’이 지난해 12·3 계엄 직후인 12월6일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상계엄이 헌법 제77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구성 요건에 부합하느냐를 가리는 것이다. 또한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조치’에 국회는 제외되어 있는데, 병력이 출동한 12월9일의 계엄조치가 이 조항을 위반했느냐의 여부이다. 4항에는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역시 탄핵심판의 쟁점이다. 헌법 제89조에서는 ‘대통령의 긴급명령·긴급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과 그 해제 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사항들을 준수했느냐가 탄핵심판 선고의 준거가 될 것이다.
또한 계엄법 2항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에도 행정 및 사법 이외에 국회의 활동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의원’, ‘요원’, ‘인원’의 구차한 논쟁도 국회 활동을 방해하려 했느냐의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등의 활동을 금지한다’라고 명시했다. 이 또한 헌법과 법률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고 생각하는 측은 자신들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강성지지자들의 주장을 이어나갈 논리와 프레임을 개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탄핵남발’, ‘입법독재’, ‘예산삭감’ 등의 행위가 자유헌정질서의 위기를 초래했고, 이를 알리기 위하여 계엄을 선포했으므로 평화적 계엄이다’, ‘유혈사태도 없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한 계엄’ 등이 그것이다. ‘공수처와 법원, 경찰이 사실상 내란을 획책’(윤갑근 변호사)했다는 발언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비상계엄 선포는 나라가 여러 위기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헌법 절차 범위에서 모든 게 이행됐다”(10일 구치소 면회 온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그래서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조대현 변호사) 등의 논리가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의 금과옥조가 되고 교본이 되고 있다. ‘탄핵을 인용하면 헌재 재판관들은 을사5적이 될 것’(전한길씨), ‘헌재가 탄핵하면 부숴버려야 한다’(김용원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등 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횡행하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물론 탄핵 반대 세력의 생각과 발언도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의 차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알면서 주장할 것도 주장하고, 헌재의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아야 한다. 절차적 문제를 지엽적인 것으로 마냥 치부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정당성에는 실체적인 면과 절차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마땅히 절차적 흠결에 상처를 내지 않도록 심리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탄핵 반대 세력에게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다시 핵심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관련법(계엄법)을 위반했느냐의 여부이고, 만약 위헌·위법적이었다면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행위였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계엄의 밤’의 생생한 장면들이 흩어지면서 탄핵 반대 집회의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결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헌재의 탄핵심리는 법리와 양심에 따라 결론날 것이다.
법은 보편과 상식의 바탕에 근거해야 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몇 년이 걸릴지도 알 수 없는 형사재판에서 내란죄의 유무를 보고 탄핵심판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것도 법을 아는 법률가들에 의해서다. 법치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존립근거를 상실한다. 다시 헌법을 정독해야 한다. 억지와 궤변이 시대를 휩쓸고 있다. 민주공화정의 위기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