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사망 103명, 적용 53건, 기소 4건
발뺌하는 사측에 사고 이유도 모른채 수사 지연
법 취지 무색… 기업 대표 선고 1건
“엄정 집행 과도기 단계” 전문가 해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난 1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대형 공사장 입구에 안전 관련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2025.2.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5/02/11/news-p.v1.20250211.9d46c21089614f8ba670f83d3a7f1359_P1.webp)
“답답해도 수사 결과를 계속 기다릴 뿐이죠….”
아들을 잃은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집을 구해 홀로 사는 아버지를 살뜰히 챙겼던 막내아들이었다. 그 사고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아들은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 품에 손주를 안겨주었을지도 모른다. 산업재해로 잃은 아들이 문득 그리워지면 아버지는 가슴을 후려친다.
고(故) 임채웅(사망 당시 32세)씨는 지난 2023년 6월 인천 중구 운서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소형타워크레인으로 인양하던 300㎏ 무게의 공구함이 그를 덮쳤다.
채웅씨의 아버지에게 사고가 누구의 책임인지, 왜 사고가 났는지 누구 하나 속시원하게 얘기해주지 않았다. 해가 두 번 바뀐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답답한 마음에 경찰 등에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직접 묻기도 했지만, “원래 수사가 오래 걸린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채웅씨의 친형 채민(가명·35)씨는 “동생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못할 정도로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하셨다”며 “그동안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들은 게 없다. 우리 가족은 답답한 마음만 품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인천에선 겨우 ‘4건’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명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지난 2022년 1월27일 시행된 후 3년이 지났다. 인천에서는 채웅씨 등 10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이 중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추산하는 중처법 적용 대상은 53건이다.
그러나 이 법을 위반해 기업 대표 등 경영책임자가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고작 4건에 불과하다.
노동계는 사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측의 태도를 수사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산하 ‘인천지역 중대재해대응사업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은정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은 “기업이 목격자가 없다고 발뺌하거나 사고를 노동자 탓으로 돌리면 조사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당국은 까다로운 법령 해석과 기업 책임 입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안전보건책임자만을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돼 책임을 입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기업이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했는지를 살피는 과정에서도 확인해야 할 지침이나 자료가 많다”고 했다.
재판 가도 대부분 ‘집행유예’… 법 취지 무색
인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재판에 넘겨진 사례 4건 중 기업 대표가 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1건이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40대 노동자를 숨지게 한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는데,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인천 서구 한 목재가공업체에서 안전확보를 위해 설치한 방호장치를 해체하는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50대 노동자를 숨지게 한 업체 대표는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애초 이 사건 선고 공판은 11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3월 이후로 연기됐다. 검찰은 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상태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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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2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첫 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5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는 최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그러나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기업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 정인태 변호사는 “현재까지 나온 중처법 판결 35건 중 2건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유죄가 선고됐다”면서도 “검찰은 통상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있고, 산업재해 특성상 유족과 합의가 이뤄지면 그만큼 형이 낮아져 집행유예 등이 선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형 등 중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어 과거보다는 산업재해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과도기 단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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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