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 상영관 줄이기 市에 제안
영화계 “문화 다양성 저해” 운영 전문성 강화 강조
e스포츠 경기장 구상, 수익성 등 신중한 검토 필요

인천 지역에서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 극장 ‘영화공간주안’을 운영하는 인천 미추홀구가 극장 상영관을 절반으로 축소해 e스포츠 경기장을 조성하는 구상을 인천시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한 영화계의 비판 목소리가 크다.
인천시와 미추홀구에 따르면, 미추홀구는 지난달 13일 인천시에 영화공간주안의 상영관 4개 가운데 2개를 e스포츠 경기장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관련 사업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영화공간주안 관람객이 줄어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며 “인천에 e스포츠 경기장이 없는 만큼 영화공간주안을 새롭게 바꿔보자는 구청장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영화공간주안은 미추홀구가 2007년 주안역 인근 상업 영화관을 매입해 국비 지원을 받아 설립했다. 각각 98~150석 규모의 4개 상영관(총 496석)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예술영화관이다. 현재 미추홀구는 미추홀학산문화원에 영화공간주안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인천에서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 극장으로, 지역 영화인과 시네필(영화 애호가) 사이에선 정식 명칭의 줄임말인 ‘영공주’란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인천문화재단이 펴낸 ‘인천문화예술 40년사’ 7권에선 인천 문화예술(1981~2020년)의 주요 50개 장면 가운데 영공주 설립을 36번째 장면으로 꼽으며 “단관 영화관이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속속 변모하면서, 상업적으로 흥행하는 영화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스크린을 독점했고, 상업적 성공이 불투명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의 상영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중략) 이런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서 영화공간주안이 가진 의미와 상징성은 매우 큰 것이었다”고 했다.

미추홀구의 영공주 축소 구상을 접한 영화인들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의 한 영화계 종사자는 “다양성 영화 중심의 영공주는 수익과 상관없이 곳곳에서 운영되는 공공재인 도서관과도 같다”며 “K-컬처 시대에 인천이 하나뿐인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을 축소하면서 ‘영화 도시 부산’을 부러워하거나 인천에서 제2의 봉준호, 박찬욱이 탄생하길 바랄 자격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영화인도 “영공주는 인천여성영화제, 인천인권영화제를 비롯한 지역의 수많은 다양성 영화제가 열리는 등 인천 영화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문화 정책 전문가는 “e스포츠 경기장은 경기장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대회 유치와 선수단 운영 등이 뒤따라야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인데, 영화공간주안은 위치상으로도 공간 규모로도 e스포츠 경기장에 적절하지 않다”며 “전국에서도 이름난 예술영화관을 축소하는 건 인천의 문화 다양성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극장 운영이 어렵긴 하다. 미추홀구는 지난해 영공주가 관람료와 대관료 등으로 얻은 수익이 9천900여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구가 영공주 운영에 투입하는 사업비는 6억1천여만원으로 책정됐다.
영화계에선 영공주 운영 전문성 강화 등으로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당장 상영관 축소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미추홀구 제안을 검토한 인천시 관계자는 “타 지자체가 운영하는 e스포츠 경기장의 운영 실태를 살펴볼 때 수익성이 높지 않고, 경기장 가동률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도권에 e스포츠 경기장을 조성하려면 문체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쪽도 “인천시 입장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했다.
/박경호·정선아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