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상마을 ‘고쿠라초’ 이야기 7편 수록

들끓는 쇳물·쪽빛 염료 일렁임 묘사 돋보여

■ 에도의 장인들 1 - 간다 고쿠라초 이야기┃사카우에 아키히토 지음. 하성호 옮김. 문학동네 펴냄. 224쪽. 1만1천원

일본 에도 시대 가상의 마을 고쿠라초에서 살아가는 장인들의 희로애락을 그린 만화다.

17세기부터 일본의 정치 중심지이자 수도로 자리 잡은 도쿄의 옛 이름 에도, 그 에도의 중심지 간다 지역의 한 마을 고쿠라초에는 장인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물과 밥을 담는 나무통, 무사들의 허리춤에 매인 칼, 처자들의 몸을 감싼 기모노까지 마을 사람들이 쓰는 물건에는 어느 하나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통, 도검, 염색, 다다미, 미장일의 현장을 그린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 7편을 수록했다.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면면 역시 제각각이다. 노련한 솜씨로 열 명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베테랑이 있는가 하면, 한 명의 몫조차 겨우겨우 하는 풋내기도 있다. ‘에도의 장인’들은 오래전부터 삶의 근간을 지탱해 온 장인들의 소탈하고 꾸밈없는 일상을 담았다.

골풀의 결이 한 올 한 올 살아 있는 다다미의 표면, 웅숭깊은 쪽빛 염료의 일렁임, 대장간의 칠흑 같은 어둠 속 빛나는 불꽃과 들끓는 쇳물까지. 각 에피소드의 핵심이 되는 소재에 맞춰 빛을 달리 묘사하는 디테일이 돋보인다.

만화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는 물론 역사 교양서에 버금가는 정보와 디테일이 담겼다. 만화가 사카우에 아키히토의 데뷔작임에도 관록이 느껴지는 그림체다. 데즈카 오사무 신인상, 2024 일본 만화 대상 3위 선정작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