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씩 만나는 ‘오늘의 인천 근현대사’

독창성, 디자인 등 돋보이는 로컬 굿즈

인천순력 받침대를 조립해 순력들을 올려놓아 완성한 모습. 맨 앞 장은 순력 표지다.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순력 받침대를 조립해 순력들을 올려놓아 완성한 모습. 맨 앞 장은 순력 표지다.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오늘은 독창성과 디자인이 눈에 띄는 인천 굿즈이자 열흘 단위 일정표, ‘인천순력’(仁川旬曆)을 소개하겠습니다. 직접 구해 포장을 뜯고 조립해 사용해보는 ‘언박싱’(Unboxing)입니다.

우선 달력이 아니라 순력입니다. 초순(初旬), 중순(中旬), 하순(下旬)처럼 열흘 단위로 한 달 일정을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인천순력 제작사인 ‘유미헌’은 “오늘의 과거를 만나 그 속에서 어울려 보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었다”며 “열흘 주기로 나눠 한 달 일정을 관리하면서 그 사이 인천에서 일어난 역사의 단면을 글로 짚어보고 그림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고 설명합니다.

푸른 빛깔이 고운 전용 파우치로 예쁘게 포장돼 있습니다. 자작나무 받침대와 가로 24㎝ 세로 17㎝ 크기의 순력 40장이 들어있네요. 받침대를 조심스럽게 끼워 맞추고, 순력을 올려놓으면 됩니다. 조립은 간단합니다. 포장지 역할을 한 전용 파우치는 손력을 보관하거나 간단한 소지품 수납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천순력의 첫 장을 넘겨봅니다. 1882년 제물포조약부터 1945년 광복까지 인천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았다는 내용의 일종의 설명서가 나옵니다.

포장돼 있는 인천순력.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포장돼 있는 인천순력.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조립 전 인천순력의 내부 구성품.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조립 전 인천순력의 내부 구성품.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순력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1월 초순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바로 1883년 1월1일, 제물포(인천항) 개항입니다. 1월 1~10일까지 일정과 함께 인천 앞바다를 표현한 듯 보이는 서정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개항의 시작, 그 당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함과 근대 문물을 맞이하는 기대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앞서 일본과 불평등하게 맺은 강화도 조약에 의한 개항이었다. 외국 선박의 입항이 허가되면서 한적한 어촌 포구였던 제물포는 근대 문물이 모여드는 대외 무역항으로 변해갔다”는 설명을 곁들었습니다.

2월 중순이 다 돼서야 인천순력을 구한 까닭에 ‘이월 중순’으로 바로 넘어가 봅니다. 2월15일에는 ‘1930년 2월15일 화도(花島) 유년 주일학교 동화동요대회 개최’가 표기돼 있습니다. 화도 유년 주일학교가 내리예배당(현 인천 내리교회)에서 개최한 동화동요대회에 어린이날의 창시자 방정환과 안준식이 참석해 인천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줬던 날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인천에서 전개된 소년운동의 단면을 살필 수 있는 내용이네요. 어린이들의 꿈을 표현한 무대 그림이 귀엽습니다.

인천순력 ‘일월 초순’ 부분.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순력 ‘이월 중순’ 부분.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월 중순의 뒷장이 궁금해졌습니다. ‘스포일러’를 엿보듯 몇몇 뒷장을 넘겨봤습니다. ‘사월 하순’에서 시선이 멉춥니다. 긴 꼬리를 달고 밤하늘을 지나치는 ‘헬리혜성’을 1910년 4월29일 새벽 4시 5분 인천측후소가 관측했다는 내용과 그림입니다. 인천측후소는 근대 기상 관측 체계를 도입해 인천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기상을 예보했었다고 합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인천순력의 내용은 여기까지 소개하겠습니다. 이른바 ‘로컬 굿즈’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인천순력은 독창적 디자인과 충실한 내용 측면에서 돋보입니다. 조유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인천순력은 인쇄(일해인쇄사), 받침대(고전공예사), 파우치(행복한한복) 등을 인천 지역 공방·업체를 통해 제작한 점도 로컬 굿즈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천 중구 송학동 성공회 내동교회 인근에 있는 인천 엽서·굿즈 문방구 ‘디어프롬’과 인천 개항장 거리에 있는 카페 ‘팟알’,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지역서점 ‘열다책방’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천순력을 펼친 모습.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순력을 펼친 모습. 2025.2.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