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심장’ 광주 표심에 부지런히 호소

“아버지 민주당원…광주, 초심 다지게 해”

갤럽 조사서 호남 33% “金 지지의향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심장’ 광주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노무현의 기적’을 외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작고한 아버지가 열혈 민주당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광주 표심에 부지런히 노크한 가운데, 호남 유권자들도 김 지사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광주에서 외친 ‘노무현’

“광주 빛고을에서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제7공화국을 만드는 시작을 할 수 있으리라, 제2의 노무현의 기적을 만드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노무현의 기적’은 지지율 1%에서 경선을 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까지 일궈낸 것을 칭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지사가 ‘제2의 노무현의 기적’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은, 현재는 지지율이 1~2%에 머무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당선이라는 기적까지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4일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광주경영자총연합회 특강을 열었다. 2025.2.14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4일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광주경영자총연합회 특강을 열었다. 2025.2.14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지난달 24일에만 해도 “말 앞에 수레가 있어선 안 된다”며 대선 출마에 말을 아꼈던 김 지사는 확연히 선명해진 메시지로 이번 광주 방문에서 대선 도전을 시사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거론했다. 노무현 길을 걷고,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유세를 했던 광주공원을 방문했다.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은 이곳 광주에서부터 ‘노무현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노무현의 기적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 지도자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치인이) 확장성을 넓히고 국민 통합을 이룰 것”이라며 “제2의 노무현 기적을 만들 수 있도록 다함께 힘을 모으자”고 외쳤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4일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광주경영자총연합회(경총) 특강을 열었다. 2025.2.14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4일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광주경영자총연합회(경총) 특강을 열었다. 2025.2.14 /경기도 제공

광주 표심을 자극한 행보도 이어졌다. 아버지가 민주당원이었음을 언급하며, 자신이 민주당 정치인으로 활동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4일 광주경영자총연합회(경총) 특강에서 그는 “서류를 찾다가 작고한 아버지의 일기를 봤다. 1958년 4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는데 고향(충북 음성)에서 출마한 민주당 후보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서 뛰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자유당 시절 충북에서 민주당(에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렵고 척박했을텐데 아버지는 아주 ‘열혈 민주당원’이었다”며 “처음 정계 입문을 고민할 때 어머니가 ‘정치를 하려거든 민주당 가야지. (아버지가) 그렇게 열정과 젊음을 바쳤는데’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또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른바 ‘광주 정신’이 헌법 전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87체제가 시효를 다했다. 이제는 제7공화국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새로운 헌법, 개헌이 필요하다”며 “45년 전 민주화 운동을 촉발한 광주 정신이 헌법 전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광주 3·1 만세운동,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현장들도 잇따라 찾았다. 한강 ‘소년이 온다’의 등장 인물 은숙의 학교인 수피아여고를 방문한 후 김 지사는 SNS를 통해 “5월 광주가 있기 전, 광주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의 산실도 이곳 수피아여고”라며 “숭고한 희생과 광주의 역사에 깊이 고개를 숙인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했다. 2025.2.13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했다. 2025.2.13 /경기도 제공

그는 이번 광주 방문의 의미를 “늘 정치하면서 ‘광주 정신으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주를 올 때마다 5·18민주화묘역을 찾아 뜻을 새기고, 다시 한번 초심을 다지고는 한다”며 “광주가 선택하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제2의 노무현의 기적으로 이기는 길, 새로운 길로 대한민국이 가도록 하는 데 헌신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응답한 호남 표심?…광주·전라 응답자 33% “김동연 지지 의향 있어” (한국갤럽)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 정계 주요 인물 대통령감 인식 조사에서 광주·전라 권역 응답자 33%는 김동연 도지사에 지지 의향을 표했다./한국갤럽 제공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 정계 주요 인물 대통령감 인식 조사에서 광주·전라 권역 응답자 33%는 김동연 도지사에 지지 의향을 표했다./한국갤럽 제공

김 지사가 광주에 머물렀던 기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조사에서 광주·전라 응답자 3분의1은 김 지사 지지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13일 한국갤럽은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2025년 2월 2주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를 실시했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뿐 아니라 각 인물별 인식과 지지 의향도 비교적 상세히 물었다. 김 지사에 대해 광주·전라 권역 응답자 33%는 지지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3%는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그가 활동 중인 인천·경기 권역에선 지지 의향률이 26%였는데, 이보다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전국 권역 중 지지 의향률이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은 지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2%, 지지 의향이 없다는 답변이 60%였다. 모름·응답 거절은 18%였다.

해당 인식 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주자는 김 지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둘 뿐이어서 다른 민주당 주자들과의 비교는 어려웠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 지역에서 그에 대한 지지 의향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야권 유력 주자인 이 대표의 ‘플랜 B’로서 김 지사가 주목받는 와중에, 이 대표가 강세인 호남 권역에서 김 지사가 보유한 잠재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관련 질문엔 인천·경기 권역에서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지지율은 1%였는데 인천·경기 권역에선 2%였다. 광주·전라 권역에선 1% 미만이었다. 한편 해당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6.1%,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기정·이영지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