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박2일로 광주를 찾아 호남 지역 민심을 공략한 대권 행보를 펼쳤다.
빛고을 광주에서 ‘제2의 노무현의 기적’을 만들어보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정권교체를 위한 ‘빛의 연대’에 동참해달라 호소했다.
역시나 야권의 ‘플랜B’답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선 당내 계파 갈등을 포용해 통합의 길로 가야한다는 쓴소리를 연이어 던지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김 지사는 지난 13일부터 14일 광주를 방문해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518번 버스 탑승,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족 대표와 면담, 무등산 ‘노무현 길’ 걷기, 광주경영자총연합회(경총) 특강 등 일정을 소화했다.
‘포부’… 사실상 대선 출마 시사
“광주 빛고을에서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제7공화국을 만드는 시작을 할 수 있으리라, 제2의 노무현의 기적을 만드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노무현의 기적’은 지지율 1%에서 경선을 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까지 일궈낸 것을 칭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지사가 ‘제2의 노무현의 기적’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은, 현재는 1%~2%의 지지율에 머무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당선이라는 기적까지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지사의 호남 방문은 이번이 취임 후 14번째다. 그는 이번 광주 방문의 의미를 “늘 정치하면서 광주 정신으로 시작하자 하는 생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광주 올 때마다 5.18민주화묘역도 찾아 뜻을 새기고 다시 한번 초심을 다지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에서 탄핵안 판결이 인용되는 것을 가정하면 당장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하는 만큼, 김 지사 또한 한층 대권 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소신’… 이재명 향해 쓴소리

이번 광주 방문을 관통하는 김 지사의 메시지는 ‘통합’과 ‘연대’다.
특히 김 지사는 “더 큰 민주당으로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의 이재명,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다 같이 이렇게 더 큰 민주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최근 김경수 전 지사와 회동하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들에게도 잇달아 회동을 제안하고 있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민주당은 지금 신뢰의 위기를 갖고 있다”며 “말이 아니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통합, 국민으로부터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신뢰가 필요하다. 이는 민주당 혼자의 힘 만으로는 버겁다. 다양한 가치를 가진 민주 세력이 힘을 합쳐야 이기는 길,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번 계엄과 내란을 막기 위해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가지고 시민들이 나왔듯이 이제는 빛의 혁명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쓴소리도 서슴치 않았다. 김 지사는 “민주당이 35조원 규모 추경안을 발표한 것은 늦은 감이 있어도 잘했지만, 민생회복지원금만큼은 다른 입장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전국민 지급’이 아닌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지급’을 요구했다.
취약계층의 경우 부유층보다 한계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 투자 활성화, 경제 성장 효과를 더 크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계소비성향은 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로,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것은 소득이 생기면 소비에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는 말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입장을 선회한 것을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가) 추경 위해선 민생회복지원금을 양보 내지는 철회하겠다더니 결국 (추경안에) 끼워넣었다”며 “이런 것들이 민주당이 신뢰를 갖지 못하는 문제로도 이어진다. 일관된 입장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맥락없는 비판이 아닌, 본인의 소신이 반영된 이견을 밝혔다.
‘의지’… 제7공화국 위해 ‘선(先) 합의 개헌’해야

김 지사는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개헌에 대한 합의를 한 뒤 대선을 치러야 개헌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가 구체화한 개헌안은 ‘계엄 대못 개헌’, ‘경제 개헌’,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골자로 한다.
그는 “우선 계엄을 하지 못하게 대못을 박을 수 있는 개헌으로 계엄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그 속에는 45년 전 민주화 운동의 촉발이 됐던 광주 정신이 헌법 전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개헌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자는 의미이며,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선 ‘분권형 4년 중임제’와 ‘책임총리제’를 제안했다. 특히 차차기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맞춰야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라,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해 3년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개헌 논의 시기를 두고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온도차를 확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면담에서 강 시장은 “지사님께서 말씀하신 제7공화국을 통한 대한민국 개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계엄이 있기 전이었다면 임기 단축 개헌을 포함해 밀고 나가야하겠지만 지금은 탄핵을 인용시키고 민주 정부가 국회에서 협의해 개헌하는게 순리에 맞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김 지사는 “헌재 탄핵안 인용을 확신하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하다”며 “그런데 당선이 된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것은 유력한 정치 지도자나 대선 후보들이 대선 전에 합의를 보거나 선거 공약으로 약속을 하고 대선을 치르자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전략’… 경제전문가로서 행보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경제전문가다. 탄핵 국면에서 한국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경험을 공유하며, 경제 재건 대응책 마련도 재차 촉구했다.
그는 광주경총 특강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였던 것이 국제적 경제위기 상황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말고는 2023년과 2025년 윤석열 정부가 유일하다”며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시절 탄핵으로 불확실성 있던 상황을 극복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2017년과 2018년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고 1인당 국민소득도 3만불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경제의 시간”이라며 “새 정부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산업정책, 경제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경제 대전환이 필요하다. 트럼프발 혼란에 대처하기 위한 여야정 합의 전제 경제전권대사 임명, 수출방파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