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카 흔적 수소문 발품… “대우 발자취 재조명 의미”
‘부평 생산 차 자료 보존’ 청년 단체
단종된 차부품 찾아 전국 곳곳 누벼
과거 전성기 통해 미래산업 진단 꿈도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을 이끌었던 대우차와 인천의 자동차 산업이 잊히지 않고 재조명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인천 부평에서 생산된 자동차 모델의 기록과 자료를 수집해 보존하는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0대 초·중반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다. 연구원인 김동영(25)씨는 연구소의 대외 활동과 홍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인천도시역사관 기획전 ‘인천 자동차 40년’에 참여한 연구소는 그동안 소장해 온 대우차 관련 자료와 차량 부속품 등을 공유하며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올드카’에 대한 추억을 선사했다.
김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자료를 수집하고 블로그에 글을 연재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연구소에 합류하게 됐다. 김씨는 “당시 연구소가 설립된 지 2개월 정도 됐을 시기라 아직 조직이 완전히 자리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그럼에도 연구소에 참여한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양의 대우차 관련 문서와 자료들을 보면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김씨를 비롯한 연구소 구성원들은 해외로 흩어진 대우차의 콘셉트카(신차 출시 이전에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한 선전용 차량)를 확보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소문했다. 오래전 단종된 차량의 부품을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의 부품 상사나 정비 업체를 돌아다니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20대 청년들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뛰어들면서 일을 하자 대우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전직 대우차 임직원들도 연구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대우차에 대한 기록을 찾기 위해 지금은 다른 기업에 재직하거나 퇴직하신 임원들에게 무작정 연락을 했다”며 “처음에는 당황한 사람도 있었지만 연구소 활동을 기특하게 보고 저희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우자동차는 2000년 11월 부도 처리된 후 2002년 GM대우(현 한국지엠)로 사명을 바꿨다. 연구소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대부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생소하게 여겨질 법한 자동차 브랜드를 재조명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씨는 “연구소 활동을 두고 최근 트렌드인 ‘레트로 열풍’의 하나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대우차가 현대·기아·쌍용 등과 함께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던 하나의 축으로서 제대로 조명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했다. 이어 “대우차의 전성기였던 1980~90년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를 많이 했다”며 “이 시기를 짚어보면서 앞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짚어보는 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