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영종도 12곳 연구용역

남·북 편싸움 잦아 ‘남북리’ 유래

세종실록지리지 기록된 ‘삼목도’

‘마실안’ 등 일부 표기 통일 요구

일제강점기 잔재로 의심됐던 인천 중구 영종도 일부 지명이 일본식 표기가 아니라 우리가 옛날부터 쓰던 지명이라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식 표기로 의심받은 삼목도(三木島)는 한자로는 나무 세그루라는 의미지만 물이 드나드는 길목이라는 유래를 갖고 있다. 지난 14일 삼목도 선착장 일대의 모습. 2025.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일제강점기 잔재로 의심됐던 인천 중구 영종도 일부 지명이 일본식 표기가 아니라 우리가 옛날부터 쓰던 지명이라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식 표기로 의심받은 삼목도(三木島)는 한자로는 나무 세그루라는 의미지만 물이 드나드는 길목이라는 유래를 갖고 있다. 지난 14일 삼목도 선착장 일대의 모습. 2025.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일제강점기 잔재로 의심됐던 인천 중구 영종도 일부 지명이 일본식 표기가 아니라 우리가 옛날부터 쓰던 지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천 중구는 국토지리정보원에 의해 고시된 일본식 표현이 의심되는 지명 12개에 대해 ‘중구지역 지명 조사 및 연구용역’을 실시해 일본식 표기가 아니라는 것을 최근 확인했다.

일본식 표기 의심 지명은 원래 지명 유래와 관계없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변화·왜곡·오기·단순화된 지명을 뜻한다. 가령 ‘왕(王)’자를 ‘왕(旺)’으로 바꾸거나 편리성을 위해 숫자나 방위식으로 표현된 지명이 일본식 지명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말 그대로 의심일 뿐이라서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이 같은 의심 지명을 매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알려 자체 조사 후 정비계획을 세우도록 권고하고 있다.

인천 중구 내 일본식 표기 의심 지명은 ▲북리(北里) ▲개안(浦內) ▲구낙구지(船着場, 선착장) ▲팔미도(八尾島) ▲백운산(白雲山) ▲예단포(禮丹浦) ▲삼목도(三木島) ▲왕산리(旺山里) ▲마장포(馬場浦) ▲석화산(石花山) ▲운염도(雲廉島) ▲매염(鷹島) 등 12개다. 이 지명들은 1961년 국무원 고시로 등록됐는데, 숫자·방위·위치 등 이유로 일본식 표기를 의심받았다.

매립으로 영종도 일부가 된 용유도 내 지명인 북리의 경우 예부터 남북으로 나뉘어 군사 훈련인 ‘편싸움’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때 북쪽을 북리, 남쪽을 남리로 해 마을을 통틀어 남북리로 칭했다고 한다. 남북동 역시 남리와 북리의 머리글자에서 온 지명이다.

무의동 일대 개안은 마을 안 농경지가 과거엔 바다였는데, 마을이 바다 안으로 들어앉은 모습 같다고 해 ‘개안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개 포(浦)와 안 내(內)의 순우리말을 한자로 바꾼 지명이다.

무의동의 구낙구지는 ‘군락’(軍落, 군인이 모여 있는 무리)과 ‘구지’(九地, 적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깊숙한 곳)의 합성어가 구낙구지로 변형됐다는 설이 있다. 이밖에 무의도와 어우러진 모습이 ‘여덟팔(八)’과 비슷해 유래된 팔미도, 정상에 흰 구름이 자욱하다는 뜻의 백운산 등도 일제강점기 전 문헌에서 비슷하거나 같은 표현이 존재한다.

공유수면 매립으로 영종도에 포함된 삼목도는 세종실록지리지(1454)에 ‘자연도(영종도) 옆에 있는 삼목도에 수군(水軍)·목자(牧子, 조선시대 목장에서 소와 말을 먹이던 사람)·염부(鹽夫, 소금꾼) 30여호가 살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왕산리는 옛 문헌에서 ‘왕산’(王山)과 ‘왕산’(旺山) 등 한자가 혼용되지만 모두 유래가 같다.

중구는 이번 용역에서 통일이 요구되는 지명도 확인했다. 국가 지명에 ‘마시란’으로 등록된 덕교동 일대는 ‘마을의 안쪽’이라는 의미로 ‘마실안’으로 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 운남동에 있는 도로명인 ‘넙디로’와 ‘남디로’의 경우 앞서 국가 지명으로 등록된 ‘넙뒤’와 ‘남뒤’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제강점기 잔재로 의심됐던 인천 중구 영종도 일부 지명이 일본식 표기가 아니라 우리가 옛날부터 쓰던 지명이라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식 표기로 의심받은 삼목도(三木島)는 한자로는 나무 세그루라는 의미지만 물이 드나드는 길목이라는 유래를 갖고 있다. 지난 14일 삼목도 선착장 일대의 모습. 2025.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일제강점기 잔재로 의심됐던 인천 중구 영종도 일부 지명이 일본식 표기가 아니라 우리가 옛날부터 쓰던 지명이라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식 표기로 의심받은 삼목도(三木島)는 한자로는 나무 세그루라는 의미지만 물이 드나드는 길목이라는 유래를 갖고 있다. 지난 14일 삼목도 선착장 일대의 모습. 2025.2.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市차원 전수조사 필요성 제기

의문스런 138개… 통보 있었지만

반대·논란 일며 정비 자주 무산돼

“고유 문화유산 인식, 연구팀 꾸려야”

다만 중구는 국가 지명에 이미 ‘마시란’으로 등록된 점을 고려해 해당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넙디로’ ‘남디로’는 해당 주소를 쓰고 있는 주민이 400여 명에 달해 역으로 국가 지명을 바꾸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중구의 이번 조사 사례를 계기로 인천시 차원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천에서 일본식 표기로 의심되는 지명은 모두 138개에 달한다. 군·구에서는 매년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의심 지명에 대해 통보를 받지만 연구를 통해 진위 여부를 따져 정비계획을 세우는 곳은 거의 없다.

김창수 인하대 대학원 문화경영학과 초빙교수는 “인천에서 과거부터 지명 연구가 다수 이뤄졌지만 학자 개인이나 단체에 한해 연구가 이뤄져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거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며 “지명이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라는 인식 아래 인천시가 공식적으로 연구팀을 꾸려 일본식 표기 의심 지명의 유래를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