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창업 상승세 전환

 

산리오·포켓몬스터·잔망 루피 등

고가의 정식 라이선스 상품들 인기

경기도 신규 매장 수 5년만에 반등

정품으로 무장하고 돌아온 인형뽑기가 다시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린다. 과거 어설프게 흉내낸 가품 인형으로 코 묻은 아이들의 호주머니와 소확행을 꿈꾸는 청년층을 겨냥했다면 최근엔 깨끗한 실내와 화려한 조명을 뽐내며 고가의 정품 인형으로 유혹을 한층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사행성 논란부터 수년째 바뀌지 않는 관련 법안까지 인형뽑기 업계 앞에 놓인 문턱은 아직 높다.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대표주자인 인형뽑기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수원의 한 인형뽑기 매장. 평일 낮 시간에도 손님들이 인형 뽑기를 즐기고 있다. 2025.2.14 /김지원기자 zone@kyeognin.com
수원의 한 인형뽑기 매장. 평일 낮 시간에도 손님들이 인형 뽑기를 즐기고 있다. 2025.2.14 /김지원기자 zone@kyeognin.com

“오천원이면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정품인데 뽑으면 무조건 이득이죠.”

16일 오전 성남시의 한 인형 뽑기 매장. 이른 시간임에도 매장에는 젊은 연인부터 아이 손에 붙들려 들어온 엄마까지 다양한 손님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에 들어온 지 10여 분도 안 돼서 벌써 5천원을 썼다는 문형호(31)씨는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쿠로미 캐릭터 인형이 있어서 도전했다”며 “밖에서 사는 것보다 비싼 돈을 주고 뽑는 경우도 있지만 뽑는 재미까지 돈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형 뽑기 열풍이 최근 경기도 내 번화가를 중심으로 5년만에 다시 인기를 몰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국적인 인형 뽑기 유행에 힘입어 경기도에서만 323개 매장이 생겨났다. 이후 2018년엔 149개, 2019년엔 233개 매장이 매년 경기도 곳곳에 세워졌다.

하지만 당시 경품으로 제공되던 인형들의 가품 논란, 상표권 위반 등으로 인형 뽑기 매장은 세간의 비판을 받고 점차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코로나 19가 한창인 2020년부터는 신규 매장 개업 수도 127개로 줄더니 2021년엔 72개, 2022년엔 59개, 2023년엔 34개 매장까지 줄어들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인형 뽑기 매장은 지난해부터 인기가 재점화 됐다. 일본 캐릭터 ‘산리오’와 ‘포켓몬스터’를 중심으로 국산 캐릭터 ‘잔망 루피’, ‘빵빵이의 일상’까지 캐릭터 상품이 인기를 끌자 이들과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정품 인형들 역시 이목을 끌었다.

이 때문에 인형 뽑기 매장 창업 수도 5년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도내 인형 뽑기 매장은 135개가 생겨났다. 폐업 역시 5개 매장에 불과해 건재한 인기를 과시한다. 이러한 대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벌써 도내 번화가 13곳에 인형 뽑기 매장이 개업했다.

전문가들은 인형 뽑기가 재유행하는 것을 두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분 전환용 제품 소비를 늘리는 ‘립스틱 효과’가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더불어 다소 적은 금액으로 큰 보상을 얻는 사행성도 한몫한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소비에 많은 자원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보니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보상이 있는 인형 뽑기 같은 놀이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