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1만 이산가족들 속앓이
시간 많지 않은 80대 이상 고령층
영영 떨어진 가족 못 만날까 근심
道, 우회 교류협력 방안 모색 방침

북한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로(2월14일자 2면 보도) 경기도 1만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질까 염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80대 이상인 이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다. 남북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경기도는 우회 교류 등 할 수 있는 일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고 있다. 금강산에 남아있는 사실상 마지막 남측 시설인 이곳에선 2009년부터 5차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다.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희망 같은 곳마저 지워지며 떨어진 가족을 영영 만날 길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실향민들은 애가 탄다. 통일부가 남북이산가족찾기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이산가족 지역별 현황을 살피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생존 이산가족 3만6천941명 중 30%인 1만1천175명이 경기도에 거주한다. 전국 시·도 중 가장 많다.
1만여 이산가족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생존한 이산가족 상당수가 80대 이상 고령층이다. 전국 이산가족 34.8%가 80대, 30.7%가 90세 이상이다. 이미 생존 이산가족의 3배 가까운 9만7천350명의 이산가족들이 생이별한 가족들과 다시 살 날을 맞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에 경기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로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산가족 문제 등에 가장 밀접한 지역인 만큼 우회 교류 협력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에 대한 정수시설, 자동화 양돈장, 스마트 유리온실 지원과 개풍양묘장 조성에 대한 대북 제재 면제 기간이 올해까지인데 유엔 상주조정관 등을 거쳐 면제 승인을 유지하는 방안을 도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국제지구와 주변 제3국을 통해 대북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고 ‘국제 어린이 평화 그림전’ 개최 등도 추진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접경지역이고 이산가족도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어 이런 상황들이 도엔 직·간접적 영향을 계속 준다”며 “남북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획한 일들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