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면회소 일방 철거
90대 인천 실향민 안타까움 호소
만남 신청 4년새 1천명 넘게 감소
‘적대적 관계’ 교류 재개 힘들듯
이산가족 많은 인천 자체 노력을

“북에 계신 어머님이 어찌 되셨을지 작은 소식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북한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정부를 통해 전해지면서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은 애간장이 녹아내린다. 국내외 정치 상황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한동안 끊긴 상태에서 들려온 더 좋지 않은 비보였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들고 버티며 살아온 이들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심정은 쉽게 헤아릴 수 없다.
어머님을 고향에 홀로 두고 온 길기태(93)씨 마음도 그랬다. 그는 1951년 ‘1·4 후퇴’ 이듬달 황해도에서 ‘덴마선’에 몸을 싣고 형님 가족과 함께 월남했다. 배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강화군 양사면 한 부둣가였다. 황해도 연백군 석산면 문창리가 그의 고향이다. 중국 국경까지 북진했던 국군이 후퇴하자 다시 마을을 점령한 인민군이 16세 이상 청년 모두를 차출하던 시기였다. 그는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형님 가족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에휴… 한 두어 달 있으면 다시 올라갈 줄 알았는데 벌써 74년이 흘렀다. 자그마치 74년이다. 왜 면회소를 없애는지…”라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고 있다”고 발표하며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2008년 남측 남북협력기금 550억여원이 투입돼 건립됐다. 5만㎡ 부지에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려는 목적에서 지어졌다. 북한의 면회소 철거는 2023년 12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한 관계를 적대 관계로 명시하고 지난해 1월 최고 인민회의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제도화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라며 교시를 내린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분단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는 관계가 아니라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교류가 당장 재개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아흔이 넘은 나이의 길씨는 마음이 다급하다. 어머님이 살아 계시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저 죽기 전에 언제 돌아가셨는지, 어디에 묻히셨는지 소식을 알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라도 어머님의 소식을 확인하게끔 자녀들에게 신신당부하는 것이 요즘 버릇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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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씨처럼 목소리를 낼 이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인천지역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수는 2천958명으로, 불과 4년 전인 2020년 말 4천23명에 비해 1천명 이상 감소했다. 정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 감소 요인은 ‘사망’뿐이다.
이산가족 상봉 업무는 통일부 소관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인천은 자체 노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인천은 경기·서울 다음으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많은 도시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황해도 출신 비율이 가장 높은데, 인천 강화도와 교동도는 실향민의 주요 월남 경로였다.
남근우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이산가족의 아픔을 계속 환기해야 한다”며 “교동도에 실향민 문화원을 조성하고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면회시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