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경시되고 불안정한 사회

신자유주의 대안 없는 모순 누적

여야 공론장 붕괴·양당체제 강화

젠더갈등·청년 박탈감 심화 원인

문제 파악하고 공감대 형성해야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작금의 우리 사회는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하여 폭발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우경화와 선동 정치의 만연, 거짓이 판치는 사회가 되면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대화와 타협, 상생의 문화는 실종되고, 거리에서는 소란과 충돌이 빈번하며, 공공기관과 헌법기관에 대한 무시는 일상이 되고 있다. 공권력은 경시되고 있으며, 사회 전체가 불안정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그 정답은 쉽게 도출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상황을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갈등이 폭발하는 원인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쓴 이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체제가 마련되지 못하고 모순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고물가와 고금리는 서민들의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금융자본이 득세하는 가운데, 전기자동차, 인공지능, 온라인 플랫폼 및 첨단기술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산업이 약화하였고, 이는 산업의 불안정성과 고용 불안정성을 심화시켰다. 선진국에서는 전통 산업의 붕괴로 노동자들의 소외감과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자영업자의 비율이 21%에 달하는 등 직업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노동자들은 경제적·직업적 안정성에 대한 불안을 느끼며,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던 중 선동적인 정치가들이 등장하면 쉽게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정치적 측면에서 한국은 매우 모순적이고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 한국 전쟁 이후 지속된 좌우 대립과 분단으로 우리 사회는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민족적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과 사회주의 및 권위주의 체제인 북한은 이념적으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북한은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또한 세계 5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가운데 첨단 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 군사적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여야 간의 공론장이 붕괴하고, 선거를 거듭할수록 양당 체제가 더욱 강화되며 지역적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은 대화와 설득이 아닌 자신들의 지지층에 기대는 정치를 지속하며,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투쟁은 과거 독재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사회가 점점 전체주의적 성향을 띠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젠더 갈등, 청년 세대의 박탈감, 입시와 취업의 극심한 경쟁 등으로 인해 주거와 교육의 어려움이 심화하며 저출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갈등이 겹쳐지면서 국민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이는 마치 내전 직전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사회 전반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사회, 경제, 정치, 기술, 자연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구 구성의 변화와 산업체제 간의 불일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벤처 산업이 육성되면서 한국은 일정부분 디지털 경제와 지식산업으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전통 산업이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저임금 경쟁 속에서 전통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디지털 제조업으로의 전환이 지연되면서 산업 경쟁력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 국가가 제조혁신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모순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속적인 갈등 사회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보수와 진보는 마치 양과 음, 남성과 여성, 하늘과 땅처럼 우리 사회의 상반된 요소이지만, 조화를 이루었을 때만 비로소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에도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듯이, 우리 사회 역시 이러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리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음양의 조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