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한선 규제
5년째 ‘소매가 1만원 이내’ 제한
라이선스 뽑기 경품, 대부분 초과
“영업상 비밀” 업주들 가격 숨겨
“물가 반영 재조정을” 상향 요구

인형 뽑기 매장들의 경품 인형 가격이 법정 상한선인 1만원을 넘기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정품 인형을 경품으로 내걸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관련 법의 실효성은 여전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관련 법에서 정한 가격이 5년째 제자리걸음이라 물가를 반영한 현실적인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도 내 인형 뽑기 매장에서 만난 손님들은 하나같이 상품의 질에 만족하는 모양새였다. 매장 내 인형 뽑기 기계에 들어있는 인형들은 전부 캐릭터의 독점 저작권을 관리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생산한 정품 라이선스 제품들이다. 꼬리표에는 정품임을 인증하는 표시와 KC 인증마크도 붙어있다.
이러한 상품들은 시중에서 어느 정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30㎝ 크기의 포켓몬스터 정품 인형을 기준으로 G마켓, 쿠팡 등에선 3만~5만원 사이에 판매하고 있다. 당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최소 1만원대 이상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형들의 가격은 현행 법령에서 정한 기준치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경품의 지급기준은 일반 소매상점에서 판매하는 소비자판매가격 1만원 이내의 것으로 한다’고 명기됐다. 이마저도 지난 2020년 법령 개정을 통해 기존 상한선 5천원에서 2배를 올린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인형 뽑기 매장에선 인형의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인형 뽑기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는 경품의 가격을 가맹점주에게만 공개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물어도 “영업상 알려드리기 곤란하다”고 응대하고 있다.
다만 봉제인형 업계 관계자를 통해 대략적인 금액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인형 뽑기 프랜차이즈 매장에 도매가격으로 생산·유통하는 도내 한 완구 공장 관계자는 “소매 가격의 40~45% 선에서 도매가격이 책정된다”며 “30㎝ 크기 정품 인기 캐릭터 인형이면 대략 2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인형 뽑기 매장에 도매가로 납품하는 웹 사이트에서도 비슷한 금액대의 정품 인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업계는 물가를 반영한 경품 지급기준의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당국이 2020년 관련 법 개정 당시 기준금액 상향의 이유로 ‘물가 상승’과 더불어 ‘경품의 정품 활용 유도’라고 밝힌 만큼 지속적인 정품 활용을 위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남의 한 인형 뽑기 매장 업주 현모(34)씨는 “언젯적 법 기준을 아직까지 들이미는지 모르겠다”며 “아케이드 게임 업계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할 때”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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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