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 안된 탓
플랫폼서 ‘성인 인증’ 않고 청취 가능
정식 발매 음원 ‘사후 심의제도’ 엉성
센터 “모니터링 인력 고작 4명 역부족”

선정적인 묘사와 욕설, 혐오 표현 등이 담긴 음원들이 ‘19금’ 딱지도 붙지 않고 국내 음원 사이트에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의 음원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장치인 여성가족부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멜론·지니 등 국내 음원 사이트(플랫폼)에는 ‘난 그냥 펜타닐을 ××빨아’, ‘누군가에게 사랑은 폰의 몰카’, ‘×××아 대줄거면 오고 아닐거면 ××’ 등의 가사가 붙은 노래를 ‘성인’ 인증 없이 들을 수 있었다. 여가부가 이 노래들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약 흡입 등 범죄행위를 언급하거나 사회적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 욕설이 있는 음원에 대해 여가부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듣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10대 청소년들이 ‘19금’ 음원을 들을 순 없어도 이를 발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제도적 허점(2월6·7일자 1·3면 보도)이 드러난 가운데 정식 발매된 음원의 유해성을 사후에 심의하는 제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여가부는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를 운영할 기관을 선정해 국내 음원 사이트에 발매되는 모든 음원의 모니터링을 맡기고 있다. 매일 100~200여곡이 음원 사이트에 새로 등록되지만, 이를 모니터링하는 인력은 현재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직원 4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유해하다고 판단한 음원들에 대해 여가부 음반심의분과위원회는 월 1회 회의를 열어 심의한 뒤 최종 결과를 여가부 홈페이지에 고시한다.
심의 과정에 빈틈이 생기다보니 인천 연수구 A중학교에 재학한 학생들이 지난해 10월 발매한 유해 음원 중 일부도 ‘19금’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을 향한 욕설과 혐오 표현이 가득한 이 학생들의 노래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또래 청소년들에게 퍼져나갔다.
경인일보가 이를 보도하자 여가부는 뒤늦게 해당 음원들을 ‘19금’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이 음원들은 학생들의 요구로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이날 여가부 관계자는 유해 음원 실태와 심의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질의에 “추후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