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작업공간 마련 소망… 구리서 업(業) 이어가고파”
3~4년 전 재개발에 남양주로 떠밀려
2018년 한국문화예술명인으로 선정
작년부터 지역주민 가구수리 봉사도

“구리시 공예가들의 작품작업 공간이 구리시에 마련되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서인석(68) 구리시공예가협회장을 만난 곳은 구리시가 아닌 남양주시 금곡동이다.
1972년 목공예에 뛰어들어 1975년 인수받은 사업체는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에 있었다. 1992년 옥수동 재개발로 구리시 수택동으로 넘어온 이래 3~4년 전 재개발로 다시 남양주로 떠밀려 온 상태다.
서 회장과 일부 회원들은 구리로 돌아갈 날을 손꼽으며 무단 용도변경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서 회장만 해도 이미 불법용도변경으로 강제집행이행금이 1천800만원가량 부과된 상태다. 본래 축사인 이 건물의 소유주도 ‘방을 빼주길’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갈 데가 없다. 구리시는 오는 2027년 완공이 예상되는 인창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 구리시공예가들의 판매장과 공예교육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 회장과 협회 회원들에게 감사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제작공간 마련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서 회장은 “구리시가 공예가들을 위한 창작 센터 등의 형태로 조성해줘야 시로 돌아갈 수 있다”며 “협회장을 하는 18년간 발버둥쳤지만 시장이 바뀌면 또 말이 바뀐다. 인창동 복합커뮤니티센터도 입주전까지는 미래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서 회장은 사실상 구리에 작업공간을 갖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공예품의 두 요소로 ‘쓰임(用)’과 ‘아름다움(美)’을 꼽는다. 서 회장은 주로 쓰임에 주력해 생계를 잇고 때때로 아름다움을 위해 수개월을 투자한다. 최근에는 이달 말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 전시회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개보석함, 옻칠 수저세트 등의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목재화병 제작방법’으로 2011년 특허를 받은 바 있고 2015년 대한명인, 2018년에는 한국문화예술명인으로 선정됐다. 처음에는 나무 장식, 가구 등을 만들다 시대흐름에 따라 생활소품을 생산해 팔았다. 서 회장은 공예인으로서 가장 아쉬운 것을 꼽으라면 현장에서 갈고 닦은 기술이 이론가들의 것보다 대우를 못받는 것이라고 했다.
구리시공예가협회 회원 38명 중에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조교, 대한민국명장 등 정부에서 공인한 기술자들도 있다. 대한민국명인, 한국문화예술명인, 경기으뜸이 등 구리시에는 사장되기에는 아까운 현장 기술자들이 묵묵히 자기 몫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구리시공예가협회 회장으로서 서 회장이 이들의 기술을 알리고 작업공간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다.
서 회장은 “1년에 한 번 구리시아트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지역주민 가구 수리 봉사를 시작했다. 올해도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기회를 만들려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며 웃었다.
구리/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