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입지, 개인의 선택 제약
주거지 분리·사회적 배제 요인 돼
공공임대 슬럼화 겪은 佛 ‘쿼터제’
지역공급의 25% 이상 공공임대로
다양한 계층 공존위해 도입 필요

최근 사회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사회계층에 의한 주거지 분리와 사회배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이는 국민이 소득·직장·학교 등의 요인에 따라 자유롭게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본권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택가격과 입지 조건에 따라 개인의 선택에 제약이 있다. 이러한 제약은 사회계층에 의한 주거지를 분리하고, 주거지 분리는 사회적 배제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은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구이동으로 인한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아파트 중심의 주택공급 체계가 형성됐다. 분양 또는 임대의 두 가지 형태로 양분된 공급 방식은 사회계층에 의한 공간적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 서민의 주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택지조성이 쉬운 지역에 대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지만, 사회적 인식은 해당 지역을 차별과 배제의 공간으로 낙인찍었다. 공공임대주택 주민들은 교육·문화·보건·교통편의 등 다양한 사회적 혜택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하고 이는 사회계층 간 단절을 초래하여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증가한 도시인구를 수용하고자 도시 근교에 대량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했다. 1970년대 이후 이민자나 저소득층이 도시 근교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면서 점진적으로 슬럼화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사회계층에 따른 주거지 분리 현상이 발생하고, 공공임대주택의 주민들은 사회적 배제를 경험했다.
프랑스는 주거지 분리에 의한 사회적 배제 현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2000년에 제정된 ‘도시의 연대와 재생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도시 정책 및 재개발사업에서 공공임대주택의 사회혼합 정책을 추진한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의 지역 쿼터제를 의미한다. 공공임대주택 지역 쿼터제는 주어진 지리적 영역에 다양한 사회적 계층의 사람들이 거주하도록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는 ‘도시의 연대와 재생에 관한 법률’ 및 ‘공공임대주택 의무공급 강화를 위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의 적용을 받는 최하위 행정구역 단위인 꼬뮌에 전체 주택수 25%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지역 쿼터제를 시행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주도의 주거복지로드맵 2.0(2020년 국토교통부)에 근거해 매입임대 및 건설임대 등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수립했다. 주요내용은 2025년까지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 10%를 확보하고, 주택의 규모에 의해 구분된 기존 행복·국민·영구 등의 공공임대주택을 통합하는 것이다.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거주하도록 추진하려는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계획되어 지역 간 균형 있는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 배제를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주거지 분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현시점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적 계층이 공존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 조성되기 위하여 공공임대주택 지역 쿼터제가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 지역 쿼터제가 도입되면 계층 간 상호작용과 교류가 활발해져 사회적 배제 및 양극화 현상이 완화될 수 있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여 사회적 낙인 효과를 줄일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지역 쿼터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몇 가지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 쿼터제 도입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별 인구 구조·경제 수준·주택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공공임대주택의 적정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지역 쿼터제를 도입하여 사회·경제적 다양한 계층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현종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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