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안하면 퇴학처리 말해 떠나”

아랑학교 들어와 “공부하고 싶어요”

 

“자퇴생은 고시 지원 부족” 토로

“학교밖지원센터 도움 닿지 않아

보호관찰 대상 공부 장소 늘려야”

대안교육기관 아랑학교에서 새길반 소속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구자송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2.18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대안교육기관 아랑학교에서 새길반 소속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구자송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2.18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자동차 정비원이 될 겁니다.”

18일 오후 1시30분 수원시 권선구 수원교육지원청. 3층 대강당에 마련된 2025년 1회 검정고시 접수처에는 만학도들 사이로 앳된 얼굴의 남성 청소년 3명이 보였다. 준비된 책상에 둘러앉아 펜으로 응시원서를 작성하는 이들 손에는 긴장감보단 장난기가 묻어있었다. 서로의 원서용 사진을 보며 “이때가 더 잘생겼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 결정을 받은 ‘보호관찰 청소년’들이다. 안모(18)군은 “작년 8월에 보호시설(6호)에서 처음 시험을 봐서 이번이 두 번째”라며 “고등학교 입학 당시 2점 차이로 수원공고 자동차과를 떨어져 수원농고를 갔는데, 이번에 합격하면 꼭 자동차 학원을 등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대안교육기관 아랑학교 내 교실 벽면에 핸드폰 끄기, 담배 피우지 않기 등의 내용이 담긴 ‘생활규칙’이 붙어있다. 2025.2.18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수원시 대안교육기관 아랑학교 내 교실 벽면에 핸드폰 끄기, 담배 피우지 않기 등의 내용이 담긴 ‘생활규칙’이 붙어있다. 2025.2.18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전날부터 ‘2025년 제1회 검정고시’ 시험 접수가 시작된 가운데 보호관찰 청소년들도 합격의 의지를 다졌다. 수원에 있는 대안교육기관 아랑학교에는 ‘새길반’이 있다. ‘새로운 길을 찾아 시작을 해보자’는 뜻으로 보호관찰 청소년 대상 검정고시 준비반이다. 현재 아랑학교에서 관리하는 보호관찰 청소년 16명 중 8명이 새길반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번 검정고시 시험에는 학생 6명이 치를 예정이다.

새길반은 소년원 단기 송치 처분을 받으면서 고등학교를 자퇴한 정모(18)군의 요구로 지난해 9월 만들어졌다. 정군이 아랑학교를 찾아와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다. 원칙적으로 시설에 입소하는 6~10호 처분을 받아도 해당 기간 학교 출석이 인정돼 복학이 가능하지만, 이들은 기존 학교에서 편견 어린 시선을 보내며 자퇴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정군은 “단기 소년원 송치(8호) 결정이 나고 며칠 학교에 갔는데 ‘자퇴하지 않으면 퇴학시키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문제 학생으로 여겨지면 같은 행동을 해도 다른 애들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았고, 축제인데도 (선도위에서 내려진)특별교육을 받으라며 ‘특교실’에 머물라는 요구를 받아 학교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중학교 때는 신경 써주는 선생님이 있어 버텼지만, 고등학교를 자퇴할 땐 후회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들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를 공부할 수 있지만, 모든 학교밖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탓에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랑학교 새길반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공부할 때 사용하는 참고서와 공책들. 2025.2.18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아랑학교 새길반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공부할 때 사용하는 참고서와 공책들. 2025.2.18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수원시의회 390회 임시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수원시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사회정착 지원 조례안’이 보류되기도 했다.

구자송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대표는 “보호관찰 청소년들은 자퇴하면 교육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학교밖지원센터는 보호대상 청소년에게까지 지원이 닿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보호관찰 청소년을 위한 예산을 늘려 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