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이웃 삼은 공간… 7살때부터 매력에 푹 빠져”

 

50여 년째 거주… 자부심 등 남달라

생활지원사 겸하며 동네 홍보 ‘열심’

젠트리피케이션서 마을보호 앞장도

이혜영 행궁동 마을해설사가 수원문화재단 왕의골목 코스 중 한곳인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속 주인공 선재 집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2025.2.14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이혜영 행궁동 마을해설사가 수원문화재단 왕의골목 코스 중 한곳인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속 주인공 선재 집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2025.2.14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행궁은 역사와 주민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에요. 이런 곳 찾기가 어디 그렇게 쉽나요?”

이혜영 수원 행궁동 마을해설사는 행궁동이라는 공간을 애정한다. 7살 때 처음 행궁을 만났고, 지금까지 처음 행궁을 마주했던 그 집에서 살고 있다. 50여 년째 행궁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이 동네가 “2대를 넘어 3대까지 살았으면 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마을 주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다소 유별나 보일지도 모르는 ‘행궁 사랑’은 지금의 이 해설사를 만들었다.

그의 마을 사랑은 각종 지역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졌다. 2013년 행궁동 마을해설사로 교육을 받아 활동했다. 정조대왕이 걸었던 길을 소개하는 수원문화재단의 왕의골목 마을해설사로 활동하기 전에는 생태교통마을 문화관광해설사로 시민들을 만났다. 현재는 팔달노인복지회관 생활지원사로도 활동 중이다. ‘모두 행궁동을 찾는 이들에게 마을을 더 잘 알리려 하는 활동들’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행궁동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화성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주민들이 모여살던 동네는 이제 젊은 세대들이 찾는 공간이 됐다. 힙하다는 식당과 카페도 많이 들어섰다.

이 해설사는 과거의 역사 그대로 설명하기 보다는 변한 행궁동의 모습에 따라 마을을 소개한다. 이 해설사는 “1코스가 나혜석생가터, 2코스는 방화수류정, 3코스는 남문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면서 “새로 생긴 4코스는 K드라마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 추억을 되살려 보려는 가족, 동창, 모임 등에서 행궁동을 많이 찾는다”면서 “세계 각국 요리를 선보이는 음식점, 인생네컷 사진, 빈티지숍 등이 많이 생긴 것도 행궁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맛있는 간식이 있는 집을 소개해주기도 한다”면서 “한시간 정도 코스로, 핵심적인 내용들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활성화된 상권이 누군가에겐 발길을 끄는 장소일 수 있지만, 동네가 유명해진다는 건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원주민이 사는 경우는 집주인이거나 가게를 가진 이들이죠. 음식 냄새나 소음 등으로 불편하고 귀찮으니 세 주고 다른 곳에 사는 이들도 많아요. 담배 냄새 때문에 문을 열기 힘들 때도 있고요.”

이 해설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꺼냈다. 그는 원주민이 마을을 떠나는 주요 원인인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상가와 동네 사람들이 마을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역상생협의체를 꾸려 ‘지역상생구역’ 지정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행궁동이 계속해 발전해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