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때 반성적 고려 지운뒤 새그림
우방들 좋아하는 구도·색깔 염두에 없어
韓, 美 가장 많은 투자·일자리 83만개 창출
“동맹이란 한미 관계 기본” 국회 차원 노력

Freedom is not free?
Freedom is not free.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의 벽에서 본 글귀다. 한국전쟁은 미군만 해도 179만명이 참전했고, 3만명이 넘게 전사 또는 실종됐다. 한국은 이런 ‘값비싼 희생으로 자유를 얻었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희토류의 반을 내놓으라는 뉴스를 보니, 위 글귀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니 돈을 내라’는 의미로까지 느껴진다.
필자는 국회 특사단으로서 여야가 함께 최근 워싱턴과 뉴욕에서 상원의원, 하원의원, 국무부 고위 관리 등을 만났다. 또 상공회의소, 헤리티지 재단, 외교협회(CFR),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리아 소사이어티 등을 방문해 전문가들과 토의했다. 주미 대사, 주유엔(UN) 대사, 뉴욕 총영사, 한국기업 지상사와 뉴욕한인회 대표들에게 우리 쪽 속사정도 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이 느꼈던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기존 밑그림은 싹 지우고 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그림에 우방들이 좋아하는 구도나 색깔은 염두에 없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포함해 전통적 맹방 지도자들과도 아직 만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서슴없이 협상한다. 세계무역기구를 비롯한 다자간 기구에서의 탈퇴 가능성이 여전하며, UN에 대한 분담금과 지원금도 대폭 줄이려고 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이런 행보를 전 세계는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교역량을 보면 미국은 한국의 두 번째 교역국이고, 한국은 미국의 여섯 번째 교역국이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해 기준 660억달러라는 양자 간 큰 적자를 줄이고 싶다. 주한 미군 주둔 비용도 떠넘기고 싶다.
한 전직 대사는 우리 이민자들의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노고를 알고, 한 상원의원은 위성으로 본 한반도에서 남쪽만 빛나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는 한국전 참전용사 이야기를 전했다. 한 국무부 관리는 한국이 미국 14개 주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을 잘 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모든 결정은 트럼프가 하고, 누구도 확신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토론은 ‘굿 럭’(Good luck, 행운을 빈다)이라는 식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방문의 미팅마다 두 가지를 내세웠다. 첫째, 한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이고 미국 일자리 83만개를 창출했다. 둘째, 피로 맺어진 72년의 한미 동맹 관계는 단순 경제 논리로만 규정지어질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칩스법(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미국 곳곳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에 따른 세액 공제와 보조금 등 지원을 받기로 돼 있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예정된 지원금이 끊길 우려와 위협마저 계속되고 있다.
국회 특사단은 이런 약속이 흔들리면 결국 대(對)미 투자가 중단돼 미국의 일자리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미국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강조했다. 무역 적자가 문제라면 미국의 LNG(액화천연가스)를 좀 더 수입하거나, 조선과 원자력에 있어서 협력하며 풀어나갈 수 있다. 우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을 때나 재개정 때도 현명하게 대처했고 결국 그다지 손해 보지 않았다.
북핵 관련해서는 아직 미국이 뚜렷이 정한 방향은 보이지 않았다. 미국이 북핵을 상수로 인정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협상할지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시점에서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방미 마지막 날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 등과 미팅이 있던 사무실의 한쪽 중간에는 철근으로 된 큰 기둥이 있었다. 필자는 그 기둥을 가리키며 “사무실을 멋지게 만들려 저 기둥을 뽑아버리면 건물은 무너지지 않겠는가. 한미 동맹은 저 기둥과 같다”고 했다. 동맹이란 한미 관계의 기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배준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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