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통장 유무와 상관없어

묻지마 청약·로또청약 현상 과열

불필요한 업무·사회비용 증가 야기

시장상황 따른 냉·온탕 처방 한계

분양가상한제 부작용 등 해법 필요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최근 정부는 로또 청약 또는 줍줍 등으로 조롱을 받는 무순위 청약제도를 아파트 청약제도 취지에 맞게 무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개선하고, 부양가족의 실거주 여부를 보다 실효적으로 확인하여 위장전입 유인을 원천적으로 근절할 수 있도록 서류 징구·확인 절차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무순위 청약은 당첨 후 계약되지 않은 세대 또는 미분양 세대로 남은 잔여세대에 대하여 청약신청을 받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청약이다. 무순위 청약은 잔여세대 발생 원인에 따라 무순위 사후접수, 임의공급,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으로 구분된다. 무순위 청약은 아파트청약통장의 유무, 거주지 제한, 무주택 여부 등의 조건이 없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묻지마 청약’과 같은 무분별한 청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아파트 분양시장을 왜곡시키고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더 나아가 로또청약 현상 등 과열로 인한 불필요한 업무의 증가, 사회적 비용의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하였다.

결국 정부는 무순위 청약의 신청자격을 무주택자로 한정하고, 지자체가 지역별 여건, 분양상황 등에 맞게 거주지역 요건 등을 탄력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무순위 청약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무순위 청약제도는 2021년 청약과열현상이 발생하자 청약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였다가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누구나 청약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 이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단순히 요건의 강화 또는 완화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도의 냉·온탕식 처방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고려하여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이 가능한 정책으로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로또 청약발생의 근본적 문제인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문제이다. 벌은 꽃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고 목마른 소는 물가로 모인다. 사람은 경제적 동물이기 때문에 돈이 보이는 곳으로 모인다. 이러한 현상은 순리이다. 분양가상한제의 정책목표인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주위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지 않는다. 세종시 모아파트 무순위 청약(3가구)에 이틀간 120만명이 몰리는 현상도 근본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의 부작용이다. 시장가격과 분양가격의 차액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하고, 이를 주거복지에 투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문제는 재발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방향을 전환하여야 한다.

둘째, ‘무주택자는 실수요자다’라는 등식에 대한 문제이다. 무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과연 무순위 청약을 할까?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무주택자에게만 시세차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의 정의인지도 의문이다. 구시대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거주우선주의에 대한 문제이다. 경기도민은 서울, 지방민들은 경기도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상대적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인지 의문이다. 시대가 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이 정의가 아님에도 표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아파트청약정책도 철지난 규제는 철폐하고 개선하여야 한다.

넷째, 지자체가 가지는 거주지 제한 권한의 문제이다. 자치단체장이 재량권을 가지게 되면 해당 표를 가진 지역주민에게 우선권을 줄 우려가 있고,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공급조건신청에 따른 행정비용의 증가, 시간소요에 따른 금융비용의 증가, 분양조건 승인 행정조직 설치비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분양계획을 승인할 때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과제들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또 다른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무순위 청약제도로 발생하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이에 맞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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