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기징역 구형 등 엄벌 의지에도 형량 큰 차이

지난달 확정된 1차 기소 사건 판결 참고

3차 기소 사건 등 추후 재판 악영향 예상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전세사기 사건 중 처음으로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한 인천 ‘건축왕’ 일당의 2차 기소 사건에서 주범인 남헌기(63)씨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범행에 가담한 일당 30명은 대부분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일당 대부분에 “사기 고의성 인정 어려워”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손승범)는 2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위반, 범죄집단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남씨의 딸을 비롯한 공인중개사, 바지 임대인 등 30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중복 기소 됐거나 확정 판결에 경우가 확인돼 공소사실 일부에 영향을 미쳤다”며 “하나의 사실에 이중으로 판결 내릴 수 없어 일부 판결 면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법원은 남씨와 일당이 보증금 반환을 못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시점 이후 보증금을 새로 받거나 증액한 사례 등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남씨는 2020년부터 이자, 급여 등 고정 지출 매달 17억원에 달했지만, 이에 대한 지출 능력 없었다”며 “2021년 3월부터는 (보증금) 변제 가액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피고인은 이러한 사실을 2022년 5월 27일 중개팀 회의 이후에나 인지한 것으로 보여 이 이후 체결한 임대차계약만 사기 범행으로 인정된다”며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피고인 등은 보증금 편취 고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남씨가 사기 범죄를 목적으로 범죄집단을 조직하고, 피고인들이 이에 가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범죄집단조직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남씨는 동해망상지구 사업과 관련해 토지를 낙찰받을 필요 있었으나 자금 부족하자 (미추홀구 건축물) 공사 대출금 빼돌려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150차례에 걸쳐 115억원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했다”고 횡령죄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 감형된 1차 기소 사건 원용한 듯…추가 재판도 악영향 예상

남씨 일당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665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53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2023년과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열린 재판은 그중 2차 기소된 사건(세입자 372명, 전세보증금 305억원)에 대한 것이다. 또 일당 18명의 범죄집단조직 혐의와 남씨의 100억원대 횡령 혐의도 다뤄졌다. 특경법상 횡령죄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0월 결심 공판에서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일당 30명에게 실형을 구형하는 등 엄벌 의지를 보였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끝내 구형량과 크게 차이 나는 형량이 나왔다.

애초 이 재판과 관련한 불안한 기운은 지난달 남씨의 1차 기소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부터 감지됐다. 남씨 등 일당 10명은 처음 기소된 사건 1심에서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징역 4~13년을 선고받았던 나머지 9명도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고, 이 판결이 지난달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날 2심 선고를 맡은 재판부는 애초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날인 지난달 23일을 선고 기일을 잡았었는데, 대법원 판단을 참고하기 위해 기일까지 변경했다. 검찰은 추가 기소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 등을 무죄로 본 대법원 판단을 참고해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근 법원에 변론재개 신청서까지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고를 예정대로 진행했고, 감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일부 원용했다. 다음 달 31일에는 3차로 기소된 사건의 첫 재판이 예정돼 있다. 이 재판 역시 대법원 판결 등을 참고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