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시당협위원장, 민주당 규탄 현수막 곳곳 설치
민주당 시의원 “구태정치” 반발… 중앙당 대리전 양상

조기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구리시당협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카카오톡 검열’을 비판하며 인공기가 그려진 현수막을 내걸자 구리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범죄행위’라며 강하게 반발, 지역 정치권이 중앙당 대리전 양상을 띠며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허위정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허위조작감시단을 띄워 제보를 받겠다고 하자, 국민의힘은 ‘카톡검열’이라며 공세를 폈다. 와중에 지난 16일부터 구리시 내 10여 곳에는 국민의힘 나태근 시당협위원장 명의로 ‘이재명 민주당의 카톡검열=’이라는 문구와 인공기가 그려진 현수막이 설치됐다.
이에 시의회 민주당 소속 신동화·김성태·정은철·권봉수·양경애 의원들은 20일 ‘구리시 전역에 인공기 현수막을 내건 국민의힘 나태근 위원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들은 “아무리 상대당의 대표를 흠집내기 위한 목적으로 게시한 현수막이라고 하더라도 도를 넘는 치졸한 작태”라고 비판했다.
또 “시대착오적이고 낡아빠진 북풍을 정치적으로 악용함으로써 시민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주입할 수 있는 크나큰 범죄행위를 저지른 국민의힘 나태근 당협위원장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즉각적인 현수막 자진 철거와 공개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구리시민들을 향해서도 “이데올로기 망령에 사로잡힌 구태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힘과 나태근 당협위원장의 낡은 정치 행태를 강하게 꾸짖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이 같은 야당 시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나 위원장은 “어불성설이다. 사과는 민주당이 해야한다”고 맞받았다. 나 위원장은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것(카톡검열)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한 사람들”이라며 “광고물법에 따라 2주 게시 기간동안 게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카톡검열을 북한과 ‘같다’고 표기한 것에 대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존립과 근간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라고 보고 우리 헌법에서 강하게 보호를 하고 있음에도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부정한다는 것이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수막에 게첩자의 이름인 ‘국민의힘 나태근 당협위원장’을 근조(謹弔)를 뜻하는 검은 바탕의 흰색 글씨로 적어놓은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다”고도 덧붙였다.
나 위원장은 카톡검열 논란에 대해 “사생활과 개인의 내밀한 통신까지 건드렸다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반감이 크다”며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그 이상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미연에 차단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리/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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