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방조 유튜버에도 집유·벌금
‘사생활 영상 유포’ 첫 실형선고
플랫폼 범죄 제재 논의 신호탄

천만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공갈·협박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구제역과 함께 공갈하거나 그의 공갈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사이버렉카’ 유튜버들도 각각 징역에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내려졌다.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영상 제작·유포를 빌미로 협박을 가한 유튜버 관련 첫 실형 선고인 만큼, 그간 사각지대에 놓였던 플랫폼 범죄 제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로 영상 제작 협박은 공갈”
수원지법 형사14단독 박이랑 판사는 20일 유튜버 쯔양에 대해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구제역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이준희(구제역)는 ‘한국 온라인 견인차공제회’라는 온라인 대화방에 박정원(쯔양)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며 ‘이번 건 터지면 쯔양은 은퇴해야해’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고, 실제 피해자와 만나 5천500만원을 지급받기로 했다”며 “그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절차가 있었지만 사생활을 빌미로 재물을 갈취하려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협박과 갈취가 인정돼 공갈은 유죄”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이준희는 피해자에게 지인이 고깃집을 오픈했는데 무료 촬영을 요구했다. 공갈 범행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요구한 촬영으로 박정원은 사생활 공개가 두렵고 거절할 경우 해악을 가할 것이라는 생각에 요청을 들었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어 강요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구제역은 주작감별사와 공모해 탈세 및 사생활 관련 의혹을 폭로하겠다며 5천500만원 상당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같은해 5월에는 자신의 지인 식당을 홍보해달라며 강제로 촬영을 시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파악됐다.
이날 구제역과 함께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와 카라큘라(본명 이세욱)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공갈 방조의 혐의로 기소된 크로커다일(본명 최일환)에겐 벌금 500만원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친목 모임인 ‘사이버렉카 연합회’를 중심으로 범행 관련 정보를 공유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박 판사는 “피고인 등 ‘한국 온라인 견인차공제회’라는 온라인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은 사람들의 사생활을 빌미로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경위에 대해 얘기했다”며 “사생활을 빌미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흐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돈벌이 수단된 유튜브, ‘플랫폼 제재’ 강화 필요성 대두
이날 선고처럼 쯔양 등 유명 유튜버와 연예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이를 빌미로 돈을 버는 사이버렉카들의 제재가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사이버렉카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유튜브 등의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이버폭력의 예방·대응 의무를 부여하고, 미이행 시 규제기관이 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이 제안됐다.
현재 유튜브는 자체적인 ‘커뮤니티 가이드’를 통해 타인에게 악의적으로 해를 입히려 하거나, 학대 또는 폭력에 가담하는 등으로 실질적 해를 입힌 크리에이터에게는 광고 게재 및 수익 창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사이버렉카들의 협박 내용이 실질적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고, 범죄수익 몰수로 이어지기도 현행법상 어렵다고 분석됐다.
실제 이번 협박 사건도 지난 2021년 이뤄진 사건으로, 쯔양이 직접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관심이 높아졌고 재판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유튜버들의 공갈 등의 혐의가 이날 실제 선고로 이어진 만큼, 추후 입법이나 개선 등의 논의가 이어질지 관심사다.
한편 이날 쯔양을 협박한 혐의 등을 받는 최모 변호사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최 변호사는 2021년 10월 쯔양의 전 남자친구이자 전 소속사 대표인 A씨가 한 식당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으로 처음 알게 된 후 A씨와 쯔양을 공갈한 혐의 등을 받는다. 그는 소송 과정에서 알게 된 쯔양과 A씨 간 사생활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구제역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직업 윤리가 있다. 변호사는 인권,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데, 사생활 정보를 이준희에게 누설하고, 박정원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구제역과 최 변호사는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모두 법정 구속됐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