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인정땐 다수가 유리

피해자 채팅방서 머리 맞대

정당 등 도움 적극 요청 당부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 앞장서 싸워온 사람들의 경험이 이 매뉴얼에 담겼습니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피해자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매뉴얼-전세사기 공동대응을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란 제목을 단 일종의 지침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대책위는 인천, 경기, 대구, 경남, 부산 등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모임을 꾸리고 겪은 시행착오 등 다양한 경험을 이 매뉴얼에 담아 지난 12일 공개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피해자 단톡방에 200명 정도 있었어요. 이 건물, 저 건물에서 (피해자가) 몇 명씩 나오기 시작했고, 굴비 엮듯이 다 엮인 것 같아요.” (경기대책위 A씨)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면 같은 건물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채팅방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일단 모여서 머리를 맞대라고 조언한다. ‘전세사기 특별법’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한 집주인으로부터 2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해야 하고, 경찰 수사 개시를 위해서도 다수의 피해자가 공동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는 노래방에서만 잡아봤던 사람인데 갑자기 카메라 수십대가 있는 데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니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제가 쓴 (기자회견) 글을 같이 다듬어주니까 힘이 났던 것 같아요. 시민단체나 정당의 도움으로 앰프를 챙기고….” (대구 대책위 B씨)

“‘구청에 강당이 있지’ 하고 생각이 났어요. 구의원한테 무작정 전화해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장소로) 대강당을 빌리게 된 거예요.” (인천 미추홀구대책위 C씨)

대책위는 시민단체, 정당, 지방의회, 지자체 등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라고도 했다.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경험이 많은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았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속칭 ‘건축왕’ 남헌기(63) 사건의 피해자들은 2022년 7월부터 거리로 나서 시민단체 등과 함께 경매 중지, 사기 일당 엄중 처벌 등을 촉구했다.

매뉴얼을 제작한 이철빈 위원장은 “아직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든지 제도의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가 발생할 수 있어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매뉴얼은 대책위 블로그(https://m.blog.naver.com/wjstptkrl01)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