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당 정체성 혼자 규명하는 건 월권”

친명 “1955년 창당시 강령에 중도 명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대화하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대화하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발언으로 촉발된 정체성 논란을 두고 당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친명(친이재명)계는 적극적으로 이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실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며 “시장 방임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온 민주당이 어찌 중도보수 정당이겠냐”며 반기를 들었다.

임 전 실장은 “설익은 주장은 분란을 만들 뿐이다. 장차 진보진영과의 연대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지금 민주당에는 신뢰감과 안정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두 쪽 난 사회를 통합해내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달라”고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다.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지적했으며,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이 대표를 비롯 친명계는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도·보수 논쟁이 한창인데, 세상이란 흑백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어떻게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라고 주장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도도 오로지 중간이 아니라 보수적 중도도 있고 진보적 중도도 있다”며 “명색이 국가살림을 하겠다는 정당이 ‘오로지 진보’, ‘오로지 보수’ 이래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 당의 입장을 보수 또는 중도보수라고 말씀하셨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가치는 일관되게 합리적 보수, 건전한 보수를 포괄해 왔다”면서 “1955년 창당 때 중도적 국민정당으로 출발해 강령에 중도를 명시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