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유서 “문제 해결의 계기 되길”
2023년 피해자 3명 잇따라 숨진 해
대책위, 특별법 연장 촉구 서명운동

“전세사기 문제 해결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던 당신의 뜻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희생자 2주기를 앞두고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광화문 앞으로 모였다. 22일 오후 3시께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 대책위원회(이하 전국 대책위) 등은 ‘주택세입자 발언 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시민단체 퇴진비상행동이 주관하는 윤석열 탄핵 촉구 범시민행진을 앞두고 진행됐다.
이철빈 전국 공동 대책위원장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첫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의 부고를 들었다. 이후 연이어 생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희생자들의 부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정작 책임감을 느끼고 죄송해야 할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국가의 정책실패와 임대인 등의 탐욕이 이 사태를 만들었는데 왜 세입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건축왕’ 남헌기(63)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신변을 비관한 30대 청년이 지난 2023년 2월 28일 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정부 대책이 실망스럽고 자신의 죽음으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그해 미추홀구에서는 잇따라 3명의 피해자가 숨을 거뒀다.
남씨 사건 피해자인 박순남씨는 “전세보증금은 서민들이 평생 모은 돈이거나 만져본 적도 없는 거액의 대출금인데 큰 금액의 전세계약을 할 때는 자격을 갖춘 공인중개사를 믿고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당연하다”면서 “공인중개사 등 남씨 일당은 철저하게 세입자를 속이고 기망하는 사기수법으로 수천 가구와 전세계약을 체결했고, 이런 사기수법은 전국에서 더 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데도 사법부는 가해자들의 편을 들어줬다. 피해자인 우리가 얼마나 더 절규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최근 재판에서 남씨 일당 대부분이 잇따라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또 전세사기 사건 중 처음으로 남씨 일당에 적용된 범죄집단조직 혐의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2월21일자 4면 보도)

이날 전국 대책위는 전세사기 특별법 연장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였다. 또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위한 핵심 요구사항으로 ▲소액임차인·최우선변제금 제도 개선 ▲정보 비대칭 해소와 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한 임대차 등기 의무화 ▲세입자 계약 갱신권 확대·임대료 인상률 적용 확대 ▲임대차 관리 행정 강화 등을 제시했다.
안상미 전국 공동 대책위원장은 “피해구제를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매입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차액을 지급해준다고 했지만, 경매를 통한 방법이라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법이라도 5월이면 시효가 만료된다. 시효 연장을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혼란스러운 시국에 뒷전이 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