區 명칭변경 추진위, 내달 9일까지 여론조사

 

‘징맹이 고개’ 유래 교통 중심 의미

‘서쪽으로 길게 뻗은 해안’ 뜻 친숙

동해시·남해군처럼 바다 특징 묘사

푸른 섬 ‘청라도·파렴’ 지명 본따

인천 서구의 새 명칭 후보가 ‘경명구’, ‘서곶구’, ‘서해구’, ‘청라구’ 등 4개(이상 가나다순)로 좁혀졌다.

‘서구 명칭 변경 추진위원회’는 역사·지리·문화적 연관성, 부르기 쉬운 명칭, 주민 거부감이 적은 명칭 등을 고려해 후보군을 정했다. → 그래픽 참조

새 명칭은 한번 정하면 수십 년 이상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명이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서구는 24일부터 내달 9일까지 18세 이상 주민 2천명을 대상으로 대면과 전화면접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제2차 구 명칭변경 추진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명칭을 선정한다. 이어 4월과 6월 서구의회, 인천시의회 의견 청취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 행정안전부에 명칭 변경을 위한 법률 개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이에 인천 서구사와 인천광역시사 등 사료를 통해 각 후보 명칭들의 특징과 역사적 유래를 짚어봤다.

■ 경명구

경명구는 인천 서구·계양구 경계에 위치해 고려시대 때부터 수도인 개경(개성)과 한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교통로 역할을 한 고개인 ‘경명현(景明峴)’에서 따왔다. 경명고개는 ‘징맹이 고개’라는 우리말 지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삼국시대 이래로 개성과 인천, 안산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으며 길이가 8㎞에 달한다.

원(元) 간섭기 충렬왕(忠烈王)이 다섯 차례나 이곳에 들러 좋은 매를 징발한 것에 유래해 ‘징매이고개’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후에 변음돼 징맹이고개가 됐고 한자로 표기하면서 다시 ‘경명이고개’로 변경됐다.

이 경명현에는 ‘중심성’이라는 성도 있었다. 1866년(고종3) 병인양요 직후 강화수로와 인천 만의 국방강화책으로 계획돼, 1870년(고종7) 축성됐다. 중심성 사적비는 영구 보전을 위해 옛 시청 인근에 있던 인천시립박물관에 옮겨졌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계양구 박촌교삼거리부터 서구 장도공원을 가로지르는 총 거리 14㎞의 ‘경명대로’ 명칭에도 이 같은 역사적 특성이 반영됐다. 이처럼 경명현은 인천 교통의 중심지인 서구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 서곶구

예부터 서구는 서곶(西串)과 검단(黔丹)이라 불리던 지역이다. 1995년 검단지역이 서구에 편입되기 전 서구 전역은 서곶으로 불렸다. 1914년 4월 부평군 모월곶면과 석곶면을 통합해 ‘서곶면’이라고 칭한 것이다. 서곶은 ‘서쪽으로 길게 뻗은 해안’이라는 의미로, 서곶면은 당시 신설된 부천군에 소속됐다.

서곶은 지형이 바다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놓인 형상이다. 계양산과 철마산을 품고 있는 원적산맥(元積山脈)이 바다를 향해 퍼져 내리며 남북으로 뻗쳐 있기 때문이다.

서곶은 1940년 4월 일제의 ‘제2차 부역확장’때 인천부(仁川府)에 편입됐다. 당시 인천부가 있던 현 중구 등지와는 떨어져 있어 행정편의를 위해 ‘서곶출장소’가 설치되기도 했다. 이 서곶출장소는 1968년 인천이 구제(區制)를 실시하면서 북구에 편입됐다가 1988년 지금의 서구로 독립했다. 이제는 공식 행정지명에 쓰이지 않지만 서곶지구대, 서곶로, 서곶초등학교 등 도로명이나 관공서 이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서해구

한반도는 3면이 바다로 닿아 있다. 이 같은 특징을 지명에 활용한 지자체는 강원 동해시와 경남 남해군 등 2곳이다.

동해시는 1980년 4월 명주군(현 강릉시) 묵호읍과 삼척군(현 삼척시) 북평읍이 합해 시(市)로 승격됐다. 남해군은 행정구역이 대부분 섬으로 구성된 기초자치단체다. 신라 경덕왕(景德王) 16년(757년)에 단행된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남해군(南海郡)으로 개칭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서해시, 서해군 등 서해를 지명에 녹인 기초자치단체는 없다. 서구는 서해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점을 고려해 ‘미래지향적 명칭’으로 서해구도 후보군에 올렸다. 이는 서구가 서해의 대표성을 지닌다는 의미로도 확대된다.

서해안은 서구뿐만 아니라 인천 다른 지자체를 비롯한 충청도, 전라도와도 접해 있어 서해하면 흔히 ‘서해 바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서해구가 최종 지명으로 선정되면 개명 초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 청라구

원창동 환자곶 해안에서 3.5㎞, 연희동 용의머리 반도 서단에서 2.5㎞ 떨어진 지점에 유난히 푸른 섬이 있었다. 청라도(靑羅島)는 푸른 넝쿨 관목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곶 사람들은 파란 섬이라는 뜻으로 ‘파렴’이라고도 불렀다. 썰물 때 부지런히 갯벌을 걸으면 밀물이 오기 전 섬에 이를 수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해발 67.7m, 면적 0.79㎢의 작은 이 섬은 1991년 간척사업이 준공되면서 육지가 된다. 당시에는 공사를 진행한 동아건설의 이름을 따 ‘동아매립지’라고 불렸는데, 2003년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서 청라지구로 칭하게 된다. 청라지구는 ‘세계의 푸른 보석’이 되라는 의미였다. 이후 2011년 9월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 이를 관할하는 법정동은 청라동이다. 명칭 변경 추진위원회는 청라 명칭이 전국적인 대중성을 지니고 있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